상도동 철거와 청계천 노점 철거에 대한

방송보도 분석 


 최근 도시빈민들의 생존권 투쟁이 언론매체를 통해 자주 언급되고 있다. 바로 청계천 노점상들의 ‘노점철거 반대투쟁’과 상도동 철거민들의 ‘철거반대 투쟁’이 그것이다. 하지만 도시빈민들의 이 투쟁들이 최근 발생한 것은 아니다. 청계천 노점상들의 경우, 이미 청계천 복원공사가 확정되었을 때부터 예견되었으며, 상도동 철거민들은 1년 3개월 동안 지난한 투쟁을 이어오고 있었다. 다만 최근 들어 이들이 물리적 투쟁을 전개하면서 현장에 ‘폭력’이 발생해 겨우 언론들이 관심을 가질 뿐이다. 노동자와 농민이 목숨을 끊어야 보도하고, 총파업이 벌어지고, 격한 도심시위가 이뤄져야 관심을 가지는 언론보도가 도시빈민들의 생존권 투쟁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난 것이다. 지상파 방송보도도 이런 관행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아 시청자들은 ‘저 사람들이 왜 화염병을 던지고 가스통을 터트리는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방송보도들이 겉으로 드러난 사안만 보도할 뿐, 사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알리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1. 물리적 충돌을 부각하기에 급급한 방송보도


▲ 표1) 방송3사 11월 28일~12월 16일까지 도시빈민 관련 보도현황

 

상도동 철거 관련보도

청계천 노점 철거 관련보도

KBS

<충돌… 20명 부상>(11/28)

<‘사제총’ 수사>(11/29)

<사제총 사용 확인>(12/8)

<‘화염포’ 격렬 저항>(12/9)

<‘살인미수’ 적용>(12/10)

<노점상 철거 강행>(11/31)

<숨바꼭질 영업>(12/2)

<집회 후 과격 시위>(12/11)

5건

3건

MBC

<철거 유혈 충돌>(11/28)

<충돌 불씨 여전>(11/29)

<사제총 발사논란>(11/29)

<꺼지지 않은 불씨>(11/30)

<개발의 그늘 '40년'>(11/30)

<‘사제총’ 확인>(12/8)

<‘전기, 가스’ 중단>(12/11)

<“아기분유도 없어요”>(12/11)

‘협상’관련 단신(12/13)

<노점 철거…충돌>(11/30)

<밤새워 격렬저항>(11/30)

<“청계천엔 안된다”>(11/30)

<노점재개…또 긴장>(12/1)

<다시 단속…충돌>(12/2)

<또 충돌…아수라장>(12/3)

‘노점상 집회’관련 단신(12/11)

8건, 단신1건

6건, 단신1건

SBS

<충돌… 19명 부상>(11/28)

<전쟁터 방불>(11/28)

<충돌… 19명 부상>(11/28)

<‘사제총’ 수사>(11/29)

<사제총 사용 확인>(12/7)

<영장 집행 못해>(12/8)

<끝없는 대치>(12/13)

<강제철거…충돌>(11/30)

‘노점상 집회’관련 단신(12/11)

7건

1건, 단신1건

총계

20건, 단신1건

10건, 단신1건


 1) 선정적 용어, 장면 난무

 상도동 철거민과 관련, 방송3사는 철거민과 용역업체 직원들 간에 격렬한 충돌이 발생한 11월 28일 일제히 보도를 시작했다. <충돌… 20명 부상>(KBS), <철거 유혈 충돌>(MBC), <충돌… 19명 부상>(SBS) 등 보도제목으로 알 수 있듯 ‘폭력사태’에 중점을 둔 보도들이었다. 청계천 노점상들과 관련해서도 서울시의 철거가 시작되고 노점상들이 노점철거를 반대하며 거칠게 충돌한 11월 30일에야 ‘충돌’, ‘철거 마무리’를 중심으로 보도했다.


 표1)에서 보듯 도시빈민 관련보도에서 방송3사가 모두 ‘충돌’, ‘사제총’ 등 물리적 충돌에 큰 비중을 두고 보도한 것을 알 수 있다. 보도 제목에서부터 ‘충돌’, ‘사제총’, ‘전쟁터’, ‘화염포’, ‘과격시위’, ‘격렬 시위’ 등 격렬한 용어를 내세우며 충돌 양상을 전했다.

 방송내용도 이와 다르지 않아 선정적인 용어들이 난무했다.


<<KBS>>

"세입자들이 경찰과 용역업체 직원들을 향해 화염병 등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컨테이너가 넘어지자 화염병이 집중적으로 날아듭니다"(11/28)

"사제총과 염산까지 등장하는 등 전쟁터를 방불", "떨어진 컨테이너에 직경 1.5cm의 구명이 10여 개나 뚫려 있습니다. 쇠구슬과 염산이 담긴 병까지 발견"(11/29)

"화염이 치솟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습니다. 가스통에서는 불길이 뿜어져 나옵니다.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격렬한 투석전도 벌입니다"(11/30)

"서울 상도동 철거현장에서 사제총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 "이번에도 역시 화염병과 새총까지 등장"(12/8)

"대형 고무줄의 탄력을 이용해 화염병을 포탄처럼 수십미터 떨어진 곳까지 발사하는 이른바 화염포입니다. 화염병이 대형 크레인에 명중해 곧바로 불꽃을 일으킵니다"(12/9)

"철거현장에서 사제총에 이어 이른바 화염포까지 등장하자 경찰이 강경 대응"(12/10)

"컨테이너 현장사무실마다 각목과 쇠파이프 등으로 유리창을 깨뜨렸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던 일부 인부들도 노점상에게 집단으로 폭행당했습니다. 시위대는 이 과정을 촬영하던 30대 여성을 폭행"(12/11)


<<MBC>>

"떨어진 컨테이너 안으로 주민들이 염산과 석유가 든 병을 던지기 시작"(11/28)

"철거현장에서는 사제총을 이용해서 쇠구슬과 골프공 등을 쐈다는 논란", "쇠구슬은 철거반원의 오른쪽 종아리 관통해 왼쪽 다리에 박힐 만큼 위력적…화염병뿐만 아니라 시너와 염산이 든 병까지 등장"(11/29)

"여기저기서 가스통이 잇따라 폭발…노점상들은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돌을 던지며 거세게 저항"(11/30)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12/3)

"철거민들은 벽돌과 화염병까지 던지며 격렬히 저항"(12/8)

"새총처럼 화염병을 날리는 이른바 화염포도 등장"(12/11)


<<SBS>>

"철거민들은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고, 컨테이너에 불을 붙였습니다", "세입자들이 새총으로 골프공을 쏘고, 화염병을 던지며 … 철거현장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11/28)

"전쟁을 방불케한 어제(28일) 서울 상도동 철거 현장에서 사제총까지 사용됐다는 주장", "컨테이너를 향해 화염병이 날아갑니다. 컨테이너 속으로 화염병을 집어 넣기도 합니다. 몸에 불이 붙은 한 철거반원이 건물 2층에서 다급하게 뛰어 내립니다"(11/29)

"노점상 3백여명이 극렬하게 저항합니다. 한쪽에선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다른 쪽에서는 일제히 돌을 던집니다…용역직원들도 공사장 칸막이를 들고 대항합니다. LP 가스통에 불을 붙이며 대항하자 용역직원들이 주춤합니다"(11/30)  

"서둘러 창문을 닫지만 화약연기로 짐작되는 흰 연기"(12/8)


2) 경찰의 폭력진압 부추긴 KBS와 SBS

 방송사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처럼 폭력사태를 부각하는 보도가 다수를 차지했다. 또 철거민과 노점상의 물리적 행위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면서도 용역업체의 과도한 철거와 진압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KBS와 SBS는 오히려 “경찰은 현장에 접근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경찰이 불법총기 유통을 단속 못한 건 물론 사후 대처도 못해 스스로 공권력임을 포기”(SBS, 12/7)했다거나 “경찰은 행진 대열을 따라가며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며 경찰의 폭력진압을 부추기기까지 했다.

 방송사들은 상도동 철거민들의 투쟁과 관련해서 논란이 되고있는 ‘사제총 등장’을 선정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특히 KBS는 ‘사제총 사용’이 확실하지 않던 11월 29일, “사제총과 염산까지 등장”했다고 단정보도를 하며 경찰의 말만 받아 여기에 “전국철거민연합이 깊이 개입”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이에 비해 같은 날, MBC와 SBS는 “사제총을 이용해 쇠구슬과 골프공을 쐈다는 논란”(MBC), “사제총까지 사용됐다는 주장”(SBS)이 나왔다며 조심스러운 보도태도를 보였고 ‘전국철거민연합’에 대해서도 언급도 하지 않았다. KBS의 이런 보도는 지난 노동자대회 때 ‘민주노총 지도부의 개입 논란’ 등을 보도하고 큰 시위가 생길 때면 조직을 엮던 독재시절의 보도관행이 이어져 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KBS가 도시빈민들의 폭력성을 부각시킨 태도는 이후 더욱 극명해진다. 국과수가 사제총 사용을 공식발표한 12월 8일 보도에서 “경찰은 특공대를 투입해 강제진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어린아이까지 포함된 철거민들에 대한 강제진압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또 9일에는 이른바 ‘화염포’가 등장했다며 철거민들이 큰 새총을 이용해 화염병을 쏘는 장면과 화염병이 크레인에 맞아 불길이 솟는 장면, 돌이 용역직원의 헬맷에 맞는 장면을 연달아 보여주며 ‘폭력성’을 부각시켰다. KBS는 다음날, 9일 보도했던 화면을 다시 한 번 사용해 ‘화염포’ 등장을 재차 강조하며 경찰이 철거민들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체포에 나섰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농성중인 어린이와 노약자의 안전은 보장하되 폭력적인 농성에는 공권력 확립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며 서로 모순되는 경찰의 대책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도했다. 하지만 ‘살인미수’에 대해 MBC와 SBS의 보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공영방송인 KBS가 이 정도로 도시빈민의 생존권 투쟁을 ‘폭력적’이라 매도할 때 사영방송인 SBS도 이에 못지 않게 폭력성을 부각시키는 보도를 했다. 특히 SBS 특유의 ‘선정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SBS는 11월 28일 3번째 꼭지에서 <충돌…19명 부상>을 보도하고 21번째와 22번째에 또 다시 관련보도를 하는 등 3건에 걸쳐 현장과 연결해 기민한 보도를 했다. 보도량이나 사안에 둔 비중은 타사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았지만 정작 보도에서는 ‘물리적 충돌’만 강조할 뿐이었다. 특히 3번째와 22번째 꼭지는 철거민들에게 잡혔던 용역직원들이 풀려났다는 소식 외엔 꼭지명과 대부분의 내용이 같은 보도였다. 또 29일 보도에서는 용역직원의 몸에 불이 붙어 난간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보여줬는데 이 장면은 이후 상도동 철거 관련 보도에서 계속적으로 등장했다. SBS의 선정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보도는 12월 7일의 <사제총 사용 확인> 보도로 “사제총이 사용됐음을 뒷받침하는 현장 화면을 SBS가 단독 입수”했다며 국과수의 공식 발표 전에 ‘사제총 사용’을 강조해 자사를 띄웠다. “갑자기 망루 쪽에서 총성과 함께 화약 연기가 새어나옵니다. 망루 쪽에서 서둘러 창문을 닫습니다. 철거 크레인이 접근할 때도 총성이 울립니다. SBS가 입수한 이 화면에서만 모두 6발의 총성과 함께 불꽃이 튀었습니다”며 정작 사제총은 등장하지 않은 화면을 ‘SBS 입수’를 강조해서 보도했다. SBS는 이 보도를 통해 자신들은 이렇게 물증을 찾아냈는데 왜 경찰은 가만히 있는냐며 “스스로 공권력임을 포기”했다고 경찰을 비난하고 진압을 부추겼던 것이다.


 이에 비해 MBC는 ‘충돌’을 다룬 보도에서 KBS, SBS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양이 적고 용역업체와 철거민, 노점상들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11월 28일부터 “철거반원 16명을 태운 컨테이너가 크레인 매달려 주민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이동한다”, “철거반원들은 방패로 막고 물대포로 반격한다”고 보도하는가 하면, “트럭이 점포를 나르고 굴삭기가 보도를 갈아엎는 동안 노점상들의 고함과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11/30)며 무차별적인 철거와 청계천 노점상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전했다.


2. 도시빈민들의 절박한 처지, KBS․SBS는 무관심, MBC는 적극보도


 물리적 충돌을 다룬 방송3사의 보도는 ‘도토리 키재기’식으로 비슷비슷하지만 벼랑 끝에 내몰려 생존권을 위협받는 철거민과 노점상들의 처지를 다룬 보도에서는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특히 MBC는 표1)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방송3사 전체 보도의 절반에 가까운 보도를 하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29일만 해도 타 방송사들이 ‘사제총 논란’만 보도할 때, “주거공간을 달라는 주민들과 무조건 자리를 비우라는 철거반 사이에 충돌의 불씨는 여전”하다며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가장 돋보이는 보도는 11월 30일과 12월 11일의 보도들이다.


 MBC는 서울시의 청계천 노점에 대한 철거가 이루어진 11월 30일 3건의 기사를 통해 충돌 양상과 노점상들의 처지, 서울시의 개발계획과 이에 대한 노점상들의 반발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청계천엔 안된다”>보도에서는 어디에 어느 정도의 노점을 수용할 것인지 밝혀달라는 노점상들의 요구에 서울시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에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청계천 노점 철거 보도 직후 이어진 상도동 철거 관련 보도는 더욱 구체적이었다. <꺼지지 않은 불씨>에서 “개발없자가 땅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집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어 전세금을 되돌려 받지 못해 쫓겨나면 갈 곳도 없다”는 철거민들의 처지를 알리고 “생존권을 요구하기 전에 이미 가지고 있던 전세금까지 날리게 된 주민들의 분노와 반발은 쉽게 가라앉기 어려워 보인다”며 철거민들의 거센 저항의 이유를 전했다. 또 <개발의 그늘 ‘40년’>은 도시 개발의 미명 아래 생존권이 위협받아 온 철거민들의 역사도 소개했다. 70년대 정권의 주민 강제 이전으로 인한 광주대단지 도시빈민 투쟁과 80년대의 올림픽 개최를 위해 상암동 일대에 벌어진 강제 철거, 그리고 최근 정부 대신 철거용역이 주도하는 재개발의 폐해에 대해 상세히 다루었다. 이 보도는 상도동에서 벌어지는 철거 역시 도시개발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음을 잘 보여주었다.


 또한 12월 11일에 있은 2건의 연속보도도 매우 돋보인다.

 <‘전기, 가스’ 중단>은 “가스공급을 중단한 데 이어 오늘 새벽에는 전기도 끊었다”며 경찰의 철거민에 대한 압박을 전한데 이어 “보름째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농성 현장에는 팔순의 할머니와 임산부 그리고 어린 아이 3명 등이 고립생활을 하고 있다”며 철거민들의 처지를 소개해 경찰의 조치가 비인권적임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또 <“아기분유도 없어요”>는 농성장에 있는 어린아이들이 “먹을 것도 다 떨어졌을 텐데 이 엄동설한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걱정”이라며 안타까움을 보도했다. 특히 아기들이 먹을 분유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철거 용역직원이 이를 막는 장면과 분유가 밧줄에 묶여 세입자들에게 전달되는 장면, 카메라와 기자가 직접 전기와 가스가 끊긴 망루에 들어가 철거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보도한 장면은 사태의 심각성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MBC의 이런 보도에 비하면 KBS와 SBS의 보도는 철거민들의 처지에 무심하기 그지없다. KBS는 12월 9일 영장집행에 나선 경찰에 철거민들이 ‘화염포’까지 동원해 격렬하게 저항했다는 보도 말미에 “세입자들이 저항하는 망루에 어린이도 3명이 있다”며 분유와 기저귀 반입도 차단된 철거민들의 처지와 현장을 방문한 전국민중연대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는 소식을 간략하게 언급했을 뿐이다. SBS는 13일이 되어서야 “전기와 가스도 끊긴 가운데 어린이까지 농성에 나왔다”며 철거민들의 어려운 처지마저 선정적으로 보도했다. 이 보도는 철거민들의 처지보다 용역업체와 철거민 사이의 대립과정이 중심이 된 보도였으며 끝에 그저 “끝없는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와 노약자들만 심하게 고통받고 있다”고 전할 뿐 적극적인 사태해결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3. 방송보도, ‘평화적 해결’에 주력해야


 지난 11월 28일 상도동에서 철거민과 용역업체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있은 지 20여일이 지났다. 또 청계천에서 서울시의 전격적인 노점철거가 이루어진지 보름이 더 지났다. 하지만 사태는 아직 해결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청계천 노점상들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며 상도동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철거민들은 날이 갈수록 처지가 악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방송보도는 적극적인 사태해결을 주문하기는커녕 ‘폭력사태’가 수그러들고 나니 ‘남극 세종기지 대원 실종’, ‘불법대선자금 수사’, ‘후세인 생포’ 등 굵직한 사안에 매달리며 다시 ‘무관심’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상의 내용에서 보듯 방송보도들은 철거현장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도 ‘왜 사태가 이렇게 되었는지’보다 ‘폭력’을 부각하기에 주력했다. 오히려 경찰의 ‘물리적 개입’을 공공연히 부추기며 사태를 악화시키려는 시도도 있었다. 다만 MBC의 보도가 그나마 진지하고 차분하게 사태에 접근하며 사회적 약자인 ‘철거민’과 ‘노점상’의 처지를 알리려고 노력한 부분은 돋보인다 할 것이다.

 상도동 철거관련 보도에서 방송보도들이 취해야 할 입장은 명확하다. 아무리 사제총 사용이 확인되고, 방송사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화염포’가 등장했다 하더라도 지금의 사태는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더구나 어린아이와 노약자까지 생활하는 현장에 무리한 철거와 경찰진압이 있을 경우, 어떠한 불상사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조차 없다. 만약에라도 어떤 불상사가 생긴다면 경찰과 용역업체는 물론 철거민들과 정부까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 가장 우선에 놓아야 될 것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 몇 가지 지적할 사안이 있다.


 첫째, 노약자와 어린아이가 생활하는 농성장에 전기와 가스가 끊기고 생필품 보급이 차단된 것은 비인도적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최소한의 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언론사들이 관심을 쏟아야 한다.

 둘째, 상도동 철거현장이 민영개발지구란 이유로 관할 행정당국인 동작구청과 서울시는 두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 아무리 극렬한 충돌이 발생해도 자신들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록 민영업자가 추진하는 재개발이라고 하지만 관할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적극적인 중재와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태까지 방송은 ‘경찰의 개입’은 보도하면서 단 한차례도 이러한 내용을 취재하거나 보도하지 않았다.

 셋째, 알다시피 지금은 영하의 추위가 지속되는 동절기다. 국무총리의 훈령에 의하면 ‘동절기 강제철거’는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역업체는 버젓이 철거를 강행하려 하고 있으며 행정당국은 보고만 있는 상태다. 방송보도들은 이 또한 전혀 다루지 않았다.


 또한 청계천 노점상들과 관련해서는 서울시의 노점상들에 대한 구체적인 생계대책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사업을 발표하니 곁다리식으로 청계천 상인들과 황학동 상인들에 대해 다루고, 공사를 시작하고 철거를 시작해서야 다루는 식의 보도는 근본적인 접근을 할 수 없다.

 MBC의 보도가 비록 긍정적이긴 하나 이와 같은 보다 적극적인 사태해결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타방송사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지적을 통해 방송보도들이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반드시 노력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 글은 2003 12 17 개최된 민언련·민중연대 긴급토론회-빈민생존권 문제에 관한 최근 언론보도의 문제점’(민언련·전국민중연대 공동주최)에서 발표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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