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창사특집'으로 준비한 <북극의 눈물>(연출 : 허태정, 조준묵) 3부작 중 첫번째 방송인 '얼음왕국의 마지막 사냥꾼' 편을 봤다.

이런 프로그램을 두고 하는 말이 딱 하나 있다. 바로 '명품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은 '명품 다큐멘터리'라는 수식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웰메이드 다큐멘터리였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 사이에 '이게 정말 MBC가 만든 다큐멘터리 맞아?'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올 정도니 이런 칭찬이 너스레는 아닐 것이다.

흔히 잘 만든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몇 가지 기본적인 요소가 필요할 것 같다.
일단 영상이 훌륭해야 할 것이다. HD 화질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아름다운 영상미는 최근 다큐멘터리가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이 되었다.

그리고 '소재'. 버라이어티나 드라마에서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방송에 이미 시청자들이 익숙해져 있는 상황에서 다큐멘터리가 '소재'에서부터 뭔가 차별성을 내놓지 못한다면 외면받기 일쑤일 것이다.

그리고 '제작기법'. 영상과도 연결되는 항목이긴한데, 다양한 촬영기법과 연출기법, 그리고 제작 완성 단계에서의 여러가지 측면에서 '포장'에서도 잘 만든 다큐멘터리는 뭔가 달라도 달라지게 되는 것 같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주제의식'이 돋보이게 되면 이는 그 자체로 '명품 다큐멘터리'의 반열에 오를 충분한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북극의 눈물>은 '명품 다큐멘터리'가 갖춰야 할 조건들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었다.

영상...
이건 말이나 문자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부족하다. 그냥 보면 안다.
해가 지지 않는 북극. 지구온난화로 무너져가는 북극의 빙하, 전통적 사냥방식(음.. 총을 쏘며 고래를 잡는 게 어느 정도까지의 전통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으나..), 이누이트들의 생존방식..
북극의 자연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양한 각도에서 생생한 화질로 실감나게 전해졌다.

바다코끼리나 일각고래를 잡자마자 얼음 위에서 바로 칼로 부위별로 해체해 핏빛이 낭자해지는 경우, 어찌 보면 잔인하거나 바다코끼리 등에 대한 안쓰러움을 들게 할 수 있는 장면이지만, 오히려 그런 장면을 통해 이누이트들의 삶의 방식이 더욱 생생하게 전해져, 그런 모습 또한 북극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했다.

소재...
'북극', 물론 '북극'이 그 동안 우리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다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개 '극지 탐험'이 주된 소재가 되었지, 북극 그 자체, 그곳에서 사는 사람 그 자체가 우리나라 다큐멘터리의 주된 소재가 된 적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제작기법...
MBC는 이 다큐멘터리 제작에 약 20억 원의 제작비를 들였다고 한다. 이를 통해 360도 회전이 가능한 항공 전문 촬영 장비 '시네플렉스' 등 첨단 장비를 사용해 북극의 모습을 담았다. 뿐만 아니라 그 추운 바다에서 '수중촬영'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굶주린 북극곰을 취재하면서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그 모습을 담기 위해 위험 거리를 넘어서면서까지 대담하게 진행한 촬영...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

먹이를 찾아 헤매던 북극곰의 자취를 쫓더니, 갑자기 하늘 위해서 카메라가 북극의 빙하를 훑기 시작했다. 그러자 새하얀 눈과 얼음 위에 피가 마치 호수를 이루듯 붉게 번진 지역을 찾아냈다. 북극곰이 바다표범 사냥에 성공한 것. 땅 위로 내려 온 카메라는 먹이를 먹는 북극곰의 모습을 보여주더니, 곧 이어 나타난 또 다른 북극곰의 모습도 쫓았다. 이내 그 둘은 먹이를 사이에 두고 만났고, 이빨을 드러내며 먹이다툼을 벌였다.
이런 생생한 모습이 너무나 실감나게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바다코끼리 사냥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오는 이누이트들의 행로를 쫓는 길은 또 어떤가.
이누이트의 썰매에다 카메라를 싣고 이누이트의 시선으로 썰매개의 모습을 바라봤다. 빙판을 내딛는 썰매개들이 날카로운 얼음 조각에 발바닥을 베여 피를 흘릴 정도가 되는 모습은 정말 처음 봤다. 중간에 지쳐 대열에서 낙오하는 썰매개가 그대로 돌진하는 썰매에 부딪히는 장면 역시.

여기에 안성기 씨의 내레이션은 또 어떤가.
진중하면서도 신뢰감 넘치는 그의 음성은 이미 위기가 시작된 북극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이 화면에만 눈길을 주지 않고, 뭔가 생각해볼만한 여지를 충분히 제공했다.

무엇보다, 이번 <북극의 눈물>이 '명품 다큐멘터리'가 되는 것은 '주제의식'이다.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사라지고 있는 북극. 그 속에서 전통적인 사냥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이누이트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이며, 빙하 위를 다니며 사냥감을 찾는 북극곰의 생존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가장 격심한 변화를 겪는 곳이 바로 '북극'이라는 설명은 머리가 아니라 눈과 피부로 이미 전해졌다.

북극의 온도가 지난 몇십년 동안 얼마나 높아졌고, 앞으로 또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설명도 있었지만, 이미 무너져내리고 있는 빙하와 삶의 방식을 조금씩, 아니 급격하게 바꾸고 있는 이누이트들의 모습이 '지구온난화'를 절감하게 했던 것이다. 사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빙하가 녹아 길마저 없어지기 직전의 상황에 처한 이누이트들의 곤란함이란...

비슷한 시간 방송된 SBS의 <SBS스페셜> '집념, 저 산 너머 죽음을 넘어'가 정말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불굴의 도전정신을 가진 산악인들의 모습을 장엄하게 그려냈음에도 미안하지만 <북극의 눈물>의 적수가 되지 못한 것은, 소재와 주제의식 등에서 밀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미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국내 산악인의 도전은 SBS에서만도 몇 차례 다뤄진 적이 있었다.

그리고 올 한 해 방송된 다큐멘터리 가운데 명실상부한 '명품다큐멘터리'의 반열에 오른 KBS <차마고도> 보다도 <북극의 눈물>은 더욱 뛰어났다고 감히 평가해본다. 제작에 들인 노력과 영상 등이 비슷한 수준이라면 어찌됐든 '주제의식'에서만큼은 <북극의 눈물>이 더욱 뛰어나지 않았을까.

'세계최초의 다큐멘터리영화'라는 로버트 플래어티의 <북극의 나누크>가 처음 상영된 게 1922년. 그리고 그 뒤 90여년.
<북극의 나누크>와 달리 <북극의 눈물>은 이누이트의 삶에 천착한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북극을 바라보는 시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점에 있어 약 1세기에 걸쳐 <북극의 나누크>를 잇는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북극의 눈물>은 앞으로 2회와 3회를 남겨두고 있다.
2부는 <얼음 없는 북극>, 3부는 <해빙, 사라지는 툰드라>. 비록 월요일을 준비해야 하는 일요일 밤이지만, 눈 뜨고 있어야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기다려질 것 같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DVD로도 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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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잘 보았습니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간부터 봤는데.. 처음부터 보지 않은게 후회스러울 만큼
    내용도 좋고 영상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빙하가 녹아 여기 저기 물이 보일 때
    저도 모르게 한숨이 쉬어지면서 먹먹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결국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달려온 인간의 발전과 전진이..
    단편적으로는 좋았을 지언정
    우리 자신을 위협하는 칼로 돌아왔으니 안타깝습니다.

    다음 2부는 본방을 꼭 보렵니다.

    2008.12.09 00:32 신고
  3. 동물사랑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미 결과를 알고 있으니...동물을 사랑하는 저로서는 죽어가는 북극곰을 보는 것이 마음이 너무 아플 듯 해서 일부러 보질 않았네요...ㅠㅠ

    2008.12.09 01:08 신고
  4. 지구사랑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랫만에 보는 다큐멘터리 대작... 정말 이 작품을 한국 MBC가 만들었단 말인가!! 정말 감탄...

    2008.12.09 02:02 신고
  5. 김우현 마르꾸쓰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 길이 없어진다...

    귀성길에 차가 막혀 10시간 넘을 수 있는 경우도 있죠, 전방부대에 폭설로 보급이 힘들면 장병들이 위험하지만 헬기를 띄워야 하고요, 보도 공사를 하면 다니기 좀 불편합니다. // 2년간 광야와 사막에 살면서, 이 친구들은 사막 때문에 아까운 영토를 활용 못하고 있구나 생각했는데.. // 북극 원주민들은 길 뿐만 아니라 터전 또한 없어지고 있으니 더 안 좋은 조건이네요 ㅠ // 다녀와서 느꼈지만 사막과도 비교할 수 없는 숨막히는 구름과 서울-수원 경수가로의 푸른 산들.. 조물주가 내려준 축복이고 감사할 조건인 것 같습니다. // 물론 계속 여기 있다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요.. //

    2008.12.09 02:04 신고
  6. elel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주가 정말기다려지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2008.12.09 02:18 신고
  7. marine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이거보구 Eartg 다운 받아서 보구...

    마지막 개 낚오된거 보니 영화 에이트 빌로우가 생각나더 군여....

    지구 많이 아픈가바여....,ㅜ.ㅜ

    2008.12.09 02:25 신고
  8. 쥐박반대  수정/삭제  댓글쓰기

    5년내 사라져? 북극이?

    mbc...잘못된 정보로 국민을 위협했다고...
    쥐박이 한테..또 엄청 혼나는 것 아녀?

    2008.12.09 03:16 신고
  9. michael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큐좀 많이 방영해주세요.~ 심야시간아니면 보기 힘드네요

    2008.12.09 06:58 신고
  10. 어우야  수정/삭제  댓글쓰기

    끝까지 다 못보고 잔게 후회스럽네요.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겠죠^^?
    이번주는 무슨일이 있어도 꼭 봐야겠네요

    2008.12.09 08:51 신고
  11. 지나가던 과객  수정/삭제  댓글쓰기

    분명, 공중파로 방송해야하는 제약으로 편집할수 밖에없었던 장면이 꽤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가능하면 PD가 꼭 보여주고싶었던 장면들을 가감없이 재 편집해서 DVD로 출시했으면하는 바램입니다..

    2008.12.09 09:04 신고
  12. ksana  수정/삭제  댓글쓰기

    늦은시간에 방영된 까닭으로 초등학생아이와 같이 시청하지 못했는데
    추후에 DVD로 제작되면 소장하여 아이와 같이 보고싶더군요!
    님의 글처럼 마치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제작한듯한 영상미에 반했고
    안성기씨의 차분한 내레이션에 몰입되었던 다큐였습니다.
    저도 일요일이 기다려지네요!

    2008.12.09 09:07 신고
  13. 행복한나그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잘 봤습니다. 하나 하나가 감동적인 장면들이었습니다. 특히 얼음 균열속에 빠진 썰매개를 구출하는 모습 등등...

    2008.12.09 09:10 신고
    • 높하늬바람  수정/삭제

      저도 그 부분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나더군요..

      2009.01.19 21:09 신고
  14. 인정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고중의 최고
    여태껏 본 다큐중 감히 최고라 말하고싶다
    정말 뚜렷한 주제의식과 명품영상.
    최고이다.
    이걸 mbc 가 만들었따니
    정말 놀랍구나!!!!!!!

    2008.12.09 09:34 신고
  15. 강한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다큐를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8시~10시대에 방영해야하는데......tv드라마에 밀려서리~!
    안타까운 현실이오. 정상적인 사회생활하는 어른들도 보기 힘든 시간에 방영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

    2008.12.09 09:38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아마 MBC 측에서도 편성시간대에 대한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잘 청취하고 있을겁니다..

      2008.12.10 13:43 신고
  16. BlogIcon 멋진녀석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글보고 북극의눈물자료를 받아 보고 있습니다.
    이거 보니깐 장돈건이 나레이션한 영화 지구라는 영화가
    생각나네요..그 영화도 너무 멋지게 봤는데.
    이 다큐도 지구의 온난화를 다시 한번 일개워 주네요

    2008.12.09 10:35 신고
  17. BlogIcon tasha♡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면서 참 잘만든 다큐란 생각을 했지요.
    한편으론 가슴이 너무 아프기도 했고...
    시간대가 좀 아쉬웠던 그런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2008.12.09 16:23 신고
  18. BlogIcon TISTORY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TISTORY입니다.

    티스토리 메인에서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는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을 주제로 회원님의 글을 소개해드렸습니다. ^^
    혹시 노출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tistoryblog@hanmail.net 메일을 통해 말씀해주세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글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08.12.15 14:28 신고
  19. BlogIcon GEOMETRIC CITY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저도 보려고 했는데,
    날짜를 잊어버려서 놓쳤네요...

    그나저나,북극의 눈물이 그렇게 잘 만든 다큐라니,놓친 게 더욱 후회되네요.
    본문의 글만 보고도 상상이 갑니다.
    발바닥이 베여 피가 흐르고 낙오되어 썰매에 부딪친 개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2008.12.17 08:23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님 같은 분을 위해선지, 새해에 재방송이 결정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아직 21일 마지막 방송이 남아 있구요.. 그 다음주에는 '제작기'를 방송한다고 하네요~
      이제부터는 챙겨보세용~ ^^

      2008.12.17 11:19 신고
    • BlogIcon GEOMETRIC CITY  수정/삭제

      재방송이요!?
      그거 다행이네요...
      혹시 재방송 날짜와 시간표가 결정되었다면,
      좀 알 수 있을까요?

      2008.12.17 13:01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보도에 의하면 1월 1일 재방송이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시간대는 잘 모르겠습니다.. ^^;;
      또 하루에 몰아서 하는지, 1~3일 걸쳐 하는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2008.12.17 13:29 신고
  20. 높하늬바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수중촬영에다가 개들이 다치는것을 보고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더군요..

    2009.01.19 21:07 신고
  21. 열린세상  수정/삭제  댓글쓰기

    2월 9일부터 DVD로도 출시되었습니다. MBC티숍 (www.mbctshop.com)에서 2만9천원에 팔고 있습니다. 참고하시길 ^^;;

    2009.02.10 09: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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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 전문 블로그 : 미디어후비기
콧구멍에 코딱지가 앉았을 때, 코에 먼지와 온갖 잡것들이 쌓였을 때, 그래서 뭔가 찝찝하고 불편하고, 때론 숨쉬기가 힘들 때, 코 한 번 시원하게 후비고 큰 덩어리를 파내고 나면 가슴 속까지 후련함을 느낍니다. 방송을 보면서, 미디어를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뭔가 찝찝함', '뭔가 불편함', '뭔가 파헤쳐야 하는 궁금함'을 시원하게 후벼볼랍니다. 미디어, 누구나(who) 후벼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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