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6월 29일) KBS 9시뉴스(뉴스9)는 <무산·반쪽>이라는 보도에서 앵커 코멘트를 통해 "6월 임시국회가 시작부터 파행"이라며 "일부 상임위는 민주당 측 실력 저지로 열리지 못했고 대부분 반쪽 회의로 끝났다"고 했다. 국회파행의 책임을 "민주당 측 실력 저지"에 돌린 것이다.

기자의 코멘트는 더욱 가관이다.
이 보도를 리포트한 김기현은 "국회 상임위 첫날 민주당은 이른 아침부터 불참을 결의하고 전의를 다졌다"고 했고, "한나라당도 통과시킬 법안은 모두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로 맞섰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전의', '한나라당=결연한 의지'로 대비시킨 것이다. '전의'는 곧 '전쟁의지' 혹은 '전투의지'로 민주당이 국회를 전쟁터로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 맞선 한나라당의 '결연한 의지'는 민주당이 국회를 전쟁터로 몰아가는 것을 막겠다는 뭔가 '애국충정'의 의미가 담겨있다. '전의'는 네거티브(부정적)한 어휘며, '결연한 의지'는 포지티브(긍정적)한 어휘인 셈이다.

김기현은 이어서 계속 "쟁점법안이 없는 상임위는 충돌이 없었지만 모든 상임위가 반쪽짜리"라며 "민주당의원들이 전원 불참해서"라고 보도했고, "법사위와 교과위 등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조속한 법안심의를 강력히 주장했다"며 민주당이 국회 파행의 주범인 것처럼 몰았다.

국회 의석을 믿고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법안을 기어이 밀어붙이겠다는 한나라당의 '의회독재'적 발상으로 인해 국회가 파행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찾아볼 수 없다.

하루 전(6월 28일) KBS의 9시뉴스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KBS는 <폭력 막기 위해...>라는 보도에서 앵커 코멘트를 통해 "여야의 대치상태가 계속되면서 폭력 국회가 재연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국회사무처가 청사 내부에 폭력을 막기 위한 갖가지 장치를 총동원했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밀어붙이려는 언론악법, 비정규직법 개악을 민주당이 저지하려는 것을 두고 "폭력 국회가 재연될 우려"를 제기했고,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저지를 봉쇄해 미디어법 등을 밀어붙이려고 국회 사무처를 동원해 국회를 요새화하는 것을 그저 "폭력을 막기 위한 갖가지 장치"라고 미화한 것이다.

이 보도를 리포트한 김병용은 "점거하고, 부수고. 때리고, 뛰어넘고. 외신에 까지 소개된 18대 국회의 불과 몇달 전 모습"이라며 지난 연말연초 국회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를, 해머질과 유리창이 깨지는 모습, 소화기와 물호스를 뿌리고, 발길질과 고성이 오가는 모습 등 자극적인 장면들을 모아서 보여줬다.

지난 연말, 한나라당이 국회 경위와 경찰들을 동원해 민주당 관계자들의 국회 출입을 봉쇄하자, 민주당 사람들은 유리창을 통해 국회에 들어갔다. 이를 막기 위해 국회사무처는 이번에 국회 본청 유리창을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구조로 바꿨다. KBS는 국회 사무처를 조치를 과거 화면과 비교해가며 '당연한 조치'인 것처럼 보여줬다.

그리고 이번에 국회 사무처가 국회 상임위 점거를 봉쇄하거나, 국회의원이 아닌 보좌관들이 국회 출입을 할 수 없게 만든 여러 장치들을 두고 "국회사무처가 칼을 빼들었다"며 상세히 소개했다.

김병용은 "쳇바퀴돌듯 되풀이돼온 폭력사태를 추방하는 것은 철제문, 감시카메라 설치보다는 의원들 개개인의 몫"이라고 은근히 국회의원들을 싸잡아 질타하는 것 같지만, 실제 이 말은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법안을 의석수에 따라 의결처리하려는 것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은 폭력을 행사해서까지 저지하지는 말라"는 말과 마찬가지다.

즉, 국회 사무처가 만든 여러 장치들은 국회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이며, 이런 장치가 아니더라도 민주당 의원들은 물리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거다.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의 의회 독재를 막기 위한 소수야당의 어쩔 수 없는 몸부림을 그저 "폭력"으로 규정하고, 의회 독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국회 사무처의 여러 조치들은 후진적 국회 운영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개한 것이다.

지금 KBS에는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법안을 밀어붙여 의회일당독재를 하려는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은 실종되었을뿐 아니라, 나아가 한나라당의 의회독재에 힘을 실어주는 보도가 연일 등장하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김비서(KBS)' 혹은 '개비에스'(KBS)의 현실이다.


  1. KBS는 자폭하라 2009/06/30 15:03 답글수정삭제

    공정. 공익 의 말뜻이나 알고 방송하길. 허기사 관제방송에게 무리한 요구일테지만

  2. 지구벌레 2009/06/30 16:05 답글수정삭제

    참..예전 정권의 시녀가된 언론으로 돌아간 것인가요..쩝.

  3. MBC 장악 시나리오와 KBS 장악 시나리오의 닮은 꼴

    Tracked from 아거, 물다 2009/06/30 18:32

    KBS에 이어 MBC 장악 시나리오가 회자되고 있다. 한겨레는 <언론법 통과→방문진 재편→사장 교체→친정권 방송>이라는 2009년 6월 29일자 기사에서 시민.언론단체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MBC 장악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이렇다. ‘7월 언론법 통과→8월 방문진 개편 뒤 엄기영 사장 해임→공영방송법 처리→MBC 민영화’ 이를 뒷받침하는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의 발언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MBC는 노사가 짝짜꿍..

  4. 노는사람 2009/06/30 23:14 답글수정삭제

    정말이지.. 양심있는사람은 늘 당하고... 썩은인간들은 늘 위에 있고...

  5. 캔모아. 2009/07/01 17:28 답글수정삭제

    KBS 뉴스를 거의 보지 않지만 어쩌다가 보게 되었다. 그런데 안면몰수하고 한나라당의 나팔수로 나서고 있었다. 모든 것이 민주당의 억지와 폭력때문에 의회가 마비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었다. 세상에...어쩜 저럴 수가....내가 지금 대한민국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공산국가에 있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6. 미디어법 근거 조작 논란 종지부 찍기

    Tracked from 백's 정치현장 보고서 2009/07/07 15:30

    미디어법의 근거가 조작됐다는 보도가 있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ITU의 유상판매 통계 DB를 인용하며 2006년 한국의 명목 GDP가 1조 2,949억불임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논란이 있자 변재일 의원은 ITU에 확인하고 그 결과 그건 잘못된 자료고, 지금 ITU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것이 ITU의 공식입장이라고 합니다. 현재 ITU에 따르면 2006년 한국의 명목 GDP는 8880억 달러 입니다. 아래는 ITU 홈피에서 퍼온 관련 액셀자료..

  7. "MB 정부 감세안은 부자 위한 특혜 맞다" 조승수 의원

    Tracked from anti2mb 2009/07/09 00:40

    "MB 정부 감세안은 부자 위한 특혜 맞다" 조승수 의원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707171220&section=02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라디오 연설에서 "감세정책의 70% 가까운 혜택이 서민과 중소기업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효과를 따져보니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조승수..

  8. 미디어법 오류 인정, 하지만 뻔뻔한 나경원 의원

    Tracked from 백's 정치현장 보고서 2009/07/10 11:38

    팩트를 하나 확인하는 데도 이렇게 힘드네요. 이명박 정권의 막무가내에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군요. 7월 8일 나경원 문방위 간사는 "KISDI 보고서는 엉터리"라며 드디어 미디어법의 근거가 된 보고서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9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방송규제 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의 통계 조작 논란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며 오류를 인정했습니다. MBC에 민형사상 책임을 따지겠다던 KISDI는 아직 말이 없는 상태구요. 결..

  9. 노무현대통령의 49재 기사가 특정 신문 메인기사엔 쏙~ 빠져있다.대신 선정적이고 선동적인 기사가.... 이 신문들이 나중에 TV까지 경영하게 된다면....

    Tracked from anti2mb 2009/07/10 21:20

    보통 사람들은 'xx신문'이나 'xx일보'등 각종 신문사 자체 운영 홈피에 들어가서 기사를 검색하지 않는다. 보통 그냥 포털의 메인기사 보고 들어가서 그걸로 여기저기 둘러보게 된다. (위 캡처한 곳의 빨갛게 칠한 부분을 보통 보게된다. 그만큼 저곳의 시선 집중과 선택의 효과는 탁월하다) 어쨌든 오늘 2009년 7월10일 금요일은 노무현대통령의 49재 지지하던 지지하지 않던, 좋아하던 좋아하지 않던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으로써 49재 기사는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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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에 코딱지가 앉았을 때, 코에 먼지와 온갖 잡것들이 쌓였을 때, 그래서 뭔가 찝찝하고 불편하고, 때론 숨쉬기가 힘들 때, 코 한 번 시원하게 후비고 큰 덩어리를 파내고 나면 가슴 속까지 후련함을 느낍니다. 방송을 보면서, 미디어를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뭔가 찝찝함', '뭔가 불편함', '뭔가 파헤쳐야 하는 궁금함'을 시원하게 후벼볼랍니다. 미디어, 누구나(who) 후벼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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