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 정말 말이 안나온다.
남부와 중부를 번갈아가며 한반도가 물폭탄에 휩싸인 지금, 조선일보엔 "폭우에 강물 뒤집히자" "장어 낚시꾼들 물때 만"났다며 한강에 장어낚시 하러 나온 낚시꾼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그냥 실린 게 아니라, 한 개 지면을 대부분 덮을 정도로 크게 실렸다. 크게 실리기만 한 게 아니라 본지 11면 사회면에 실렸다.

7월 16일 조선일보 11면

제목은 <장대비 오면 한강 가지요 장어 잡으러…>다.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왔다! 왔어!"
13일 오후 5시쯤 서울 영등포구 당산철교 밑 한강 둔치, 4m 길이 릴낚시대 끝이 눈 깜짝할 사이 직각으로 휘더니 부르르 요동쳤다. 두 손으로 낚싯대를 움켜진 김XX씨가 상체를 뒤로 젖혀 낚싯줄을 잡아당겼다. "걸렸다! 힘 좋다!"


뒤 이어,
낚시에 잡힌 장어의 모습, 그걸 보러 온 사람들의 모습, "날뛰는 장어 꼬리에 맞느라 김씨 팔뚝에 휘초리 맞은 것처럼 벌겋게 자국"이 난 이야기, 그 장어를 사러 온 중년 부부와의 흥정이 실렸고, 조선일보는 "여름 비로 불어난 한강에서 민물장어 낚시가 한창"이라고 전한다.

기사글이 아주 재미나고 생생하다.

먹구름 아래 흙탕물이 된 강물이 둔치 바로 밑까지 불어나 콸콸 흘렀다. 그 속에 통통하게 살진 장어들이 뛰어 노는 것이다.


그 살진 장어들을 잡는 재미가 얼마나 좋겠는가?
조선일보는 친절하게도 "국산 민물장어는 한강, 임진강, 금강 등에 주로 산다. 필리핀 심해에서 부화해 중국, 일본, 한국으로 헤엄쳐 오는 '앙길라 자포니카' 종"이라며 장어의 종류까지 알려준다. 그 장어들이 "장마철에는 물살이 느린 강가로 헤엄쳐 나온다"는 건데, "요컨대 장마철은 장어 낚시의 계절인 것"이란다.

강태공들이야 그럴 수 있다. 낚시대를 드리우고 고기를 잡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물폭탄이 떨어져 난리가 나고 이재민이 생겨도 낚시대를 들고 강물이 불어난 한강으로 달려갈 수 있다.

그런데, 이른바 '1등신문'이라는 조선일보가, 어떻게 이렇게 보도할 수가 있을까?

서울에는 잠시 비가 그쳤다고 하지만, 오늘도 남부 지방에는 집중호우로 도로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하는데...
- 영호남은 물폭탄 맞아 비와 전쟁 치르는 중..
- 부산은 지금 물바다

물폭탄에 사람이 죽어나가고, 이재민이 발생하고, 논이 잠기고, 축사와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겨, 그 피해로 눈물 짓고 한숨 짓는 사람이 곳곳에 있는데, 어떻게 신문에서 그런 물폭탄을 두고 낭만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토록 아름답게, 이토록 재미나게, 이토록 낭만적으로 그릴 수 있을까?

정말 이해가 안간다. 왜 이같은 기사가 이렇게나 크게, 지면을 거의 덮을 정도로 실려야 하는지. '가십'이라면 또 모르겠다. 본지가 아닌 섹션지 그 중에서도 레저 등을 다루는 지면에 '물폭탄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도 있다'며 그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면 또 모르겠다.

물폭탄으로 가족과 이웃과 동료를 잃고, 가재도구를 날리고, 천금같은 농작물과 가축들을 잃은 사람들이 조선일보의 이 기사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저 사진에 장어를 들고 미소 짓는 사람처럼 즐거워할까? 재밌어할까?

조선일보에게는 더 이상 고통받고 피해받는 이웃의 마음 따위를 생각할 여유도 필요도 없어진 걸까?

참고로 아래는 오늘 한겨레 '사회면'(9면)에 실린 사진이다.

7월 17일 한겨레 9면

"폭우가 휩쓸고 간 한강공원"이라는 제목으로 "서울·경기 등 중부지방에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인 15일 오후 서울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 서울시 직원들이 폭우로 물에 잠겼던 공원 일대에서 진흙을 쓸어내는 청소를 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1. Krang님의 믹시

    Tracked from Krang 2009/07/16 18:53

    역시 국민의 고통은 니들의 낭만이구나.

  2. 망할조선일보 2009/07/16 19:09 답글수정삭제

    조선일보가 늘 그렇지!!!

  3. 니르바나 2009/07/16 19:14 답글수정삭제

    역사와 민족 앞에 죄송한 일보...

    하는 짓은 언제나 죄송한 짓 뿐이죠. 망할 놈들 !

  4. 실비단안개 2009/07/16 19:32 답글수정삭제

    안타까운 기사군요.

    폭우로 오전 시간을 난감하게 보냈습니다.
    수재민 여러분들 힘 내시길 바랍니다.

    • hangil 2009/07/17 10:04 수정삭제

      당황스런 기사였죠..
      어떤 개념으로 저렇게 크게 싣는지...

      장마전선이 또 북상한다고 하는데... 모두들 큰 피해없이 무사히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5. 소금자루 2009/07/16 19:39 답글수정삭제

    조선 일보가 아니면 어느신문이 그러겠슴니까.아참 중앙 .동아도 있군요

  6. 설재웅 2009/07/16 20:20 답글수정삭제

    음~~ 나도 조선일보는 싫치만 이건 아닌것 같은데..
    저도 조선일보 무조건 싫은데요.. 이건 그냥 기사라 생각합시다. 이런 기사들 많았었구요.. 그냥 가십거리 기사로 취급하자구요......

    • hangil 2009/07/17 10:05 수정삭제

      --;; 본문에서도 지적했지만..가십거리로 치부하기엔 기사의 비중과 양 등에 있어 이해하기가 난감하네요..

  7. 촛불 좀비들에겐 광우병의 낭만이 2009/07/16 22:07 답글수정삭제

    남 말 할 거 있나? 광우병 촛불 좀비들 때문에 광화문 돌아간거 생각하면 지금도 열받는다. 그리고 이런 글 쓰는 새끼는 누가 밥 먹여주냐? 지 에미냐 에비냐 아침에 난 기사 하루 종일 생각하고 저녁쯤에 인터넷에다 이런 글 쓰면 낮에는 뭐하는 놈이다냐? 개대중이 시절 개대중이 이름팔며 뒷구멍으로 눈먼 돈 긁어놓은 돈으로 먹고사냐?아니면 노숙자냐? 아니면 말도 안돼는 무슨 게임과,언론정보과 졸업하고 취업안돼어 놀고 있는 얼간이가 화풀이로 쓰는 글이냐 정말 정체가 궁금하도다.아주 쓰레기도 가지 가지다.

    • hangil 2009/07/17 10:08 수정삭제

      그래.. 당신 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비실명제의 혜택을 가장 많이 입고 있지...
      당신 같은 사람 볼 때면, '아.. 정말 인터넷실명제 반대해야 하나' 싶기도 해. 요즘 이렇게 막무가내로 글 쓰면 잡혀가는 수도 있는데, 모르시나봐?
      하지만... 뭐... 이렇게라도 풀어야겠지? 이렇게라도 풀 수 있는 공간이 없음 어디 딴 데 가서 양아치 짓을 할지도 모르잖아.. 그지??
      사회 안녕을 위해서라도 인터넷실명제 반대 계속 해야것다~

    • 이원 2009/07/19 22:12 수정삭제

      진짜 님같은 사람 집 뒤에 저난리 한번 나봐야 정신차리죠... 그냥 발닦고 잠이나 주무셔요...

  8. 존나 치사해보여 2009/07/16 22:45 답글수정삭제

    니미 조선일보 못까서 안달났냐? 조선일보 까대면 니가 그만큼 우월하게 보이냐? 거의 미친세에끼 수준이네....한겨레는 비많이 오는날 온신문에 홍수피해만 실렸디?

  9. 매국신문답군 2009/07/17 03:20 답글수정삭제

    일제찬양신문답다고!!!

  10. 조금 오류가 있는 것 같은데요 2009/07/17 07:09 답글수정삭제

    죄송합니다만 위 기사가 실린 조선일보 영역(이라고 하나?)는 <사람과 이야기>입니다. 부산에 사시는 분들이 폭우로 고생하시는 모습은 아마도 다른 부분에 실리지 않았을까 하는데요.

    • hangil 2009/07/17 10:18 수정삭제

      어제 신문 확인했는데.. 지역 섹션에도 별 다른 폭우 관련 기사는 없었구요. 뭐 부산 등의 피해는 어제 발생했으니, 어제 신문에는 실릴 수 없겠지만... 장마전선이 남부로 내려가 폭우가 쏟아질 거라는 예상은 이미 전날부터 있었죠. 그런데도 저런 기사가 실렸구요.
      '사람과 이야기'라는 지면은 '사회'면의 일종인데요.. 주로 어떤 집단이나 부류의 사람들과 관련한 기사가 메인을 차지하고, 그 옆과 아래에는 이런 저런 사회 관련 기사가 게재됩니다.
      주로 10~11면 등 일간신문에서는 제법 비중있는 지면인데, 어제 같은 경우 '사람과 이야기'에 실린 기사가 하필, '폭우를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니...그게 이해가지 않는 거죠...

  11. 아톱 2009/07/17 22:22 답글수정삭제

    부산엔 정말 장난 아니랍니다.. 제가 살면서도 주변이 이렇게 심각했는줄 몰랐는데..

    • hangil 2009/07/20 12:59 수정삭제

      그러게요..
      방소뉴스 보면서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아파트에까지 흙더미가 쌓여 있는데, 그 아래 십여대의 자동차가 묻혀 있다더군요..
      당하신 분들께는 얼마나 날벼락같은 일이겠습니까?
      제 고향도 그 근처인데... 걱정스런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12. 지구벌레 2009/07/20 01:12 답글수정삭제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 hangil 2009/07/20 13:01 수정삭제

      만약 저런 조선일보가 방송을 하게 되면, 물난리가 났는데,
      "이런 물폭탄이 반가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강의 장어낚시를 즐기는 모습, 보시죠." 이러면서 방송뉴스를 내보내겠죠?

  13. 한가해 2009/07/20 12:06 답글수정삭제

    아무 생각이 없는 거죠. ㅡ,.ㅡ** 환경파괴주범들. 종이가 아까비.

  14. 조선일보 기자, "월드컵 응원은 '광장의 금기' 깬 난동"

    Tracked from 歲寒時節 2009/07/21 21:58

    오늘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들어가 정말로 황당하면서도 대단한(!) 글을 하나 보게 되었다. <전략> 유례없는 표차로 당선된 대통령은 완전히 '동네북'이 되고, 처참하게 버려졌던 전직 대통령은 자살하자마자 영웅이 되는 상황... '한미 FTA'라는 역사적인 사건과 그 파장에는 다들 무심한 채 '광우병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이라는 부분에 다들 분개해 한 달 넘게 서울 도심을 점령하는 현상 말이다. '체제'는 아니어도 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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