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방송과 신문 모두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특집으로 다루며 대대적으로 전하고 있다. 당연하다. 그 분이 걸어오신 길은 그렇게 담아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오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전하는 신문을 보니, 몇가지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먼저, 동아일보.
1면부터 12면까지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특집을 다뤘다. 중간에 전면 광고가 3개였다. 기사 내용도 최근 맛이 갈대로 간 동아일보답지 않게 괜찮다. 4면 탑의 기사 제목 <55차례 가택연금…사형선거…독재 삭풍에도 굽힘 없이>와 아래 DJ의 어록을 담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나는 내 인생을 목숨 걸고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5면의 <외환위기 극복…남북화해 물꼬… '민주화의 인동초'>, 10면의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6·15공동선언으로 협력기반 마련>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치적을 높이 평가하는 기사들이 눈에 띈다. 이런 동아일보의 지면 편집, 참 오랜만이다.

중앙일보도 괜찮다.

8월 19일 중앙일보 1면


1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전면에 실은 게 특히 눈에 띈다. 또한 중앙일보는 1면부터 무려 21면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특집으로 다뤘다. 중간에 전면광고는 5개였다. 오늘 중앙일보 본지 전체 지면의 절반이 김 전 대통령 서거로 채워진 셈이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굳이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가장 눈에 띄는 신문은 조선일보다.
동아와 중앙, 한겨레, 경향과 비교하면 단연 도드라진다. 아주 희한하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조선일보는 이들 신문에 비해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하는 데 가장 인색했고, 나로서는 이해하기 난해한 편집을 보였다.

1면부터 무미건조하고 기사의 비중이 다른 날의 일반적인 머릿기사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지면을 넘기면 조선일보의 희한한 지면편집이 더욱 도드라진다.

8월 19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2면에서는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그리고 3면의 탑기사 <한국정치 '한 축' 사라져… 정치판 근본적 변화 불가피>을 시작으로  6면까지 서거 소식을 다뤘다. 3면의 탑기사가 어떤 의도인지 "'민주 대 반민주' 구도 사실상 현실에서 없어져/여야 모두 새출발선에"라는 중간 제목으로 얼추 짐작할 수 있지만, 어쨌든 조선일보는 '애도'에 앞서 정치공학의 측면에서 서거에 접근했다.

6면을 넘긴 이후가 더욱 이해를 복잡하게 만드는데, 7면에서 나로호 발사 소식을 전해 서거 관련 기사가 끝난 듯이 보였지만, 조선일보는 11면에 다시 동교동과 하의도 주민들의 모습으로 서거를 다뤘고, 다시 12면에서는 4대강 논란과 탄소포인트제 시행 등 '사회 이슈'를, 14면에서는 국제 소식을 다루고 16면과 17면에서는 다시 서거 소식을 전했다.

기사 제목은 <옥살이·가택연금·망명 등 정치적 시련… 4수 끝에 대권 잡아>(16면), <남북정상회담으로 노벨평화상… '햇볕정책'은 찬반 논란 불러>(17면) 등 역시 무미건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정리하자면, 조선일보가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에 할애한 지면은 6.5개면이고, 이마저도 연속적으로 다룬 것이 아니라 중간에 다른 일상적인 뉴스를 끼워넣는 '희한한 편집'을 보였고, 내용은 무미건조하기 이를 데 없었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싫고, 어떻게든 대충 때워서 넘기고 싶었던 조선일보의 속내가 이런 지면 편집에 묻어났다고 본다면 오해일까?

조선일보는 오늘 사설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시대>에서 "그는 재임 중 언론의 비판을 인내하지 못하고 햇볕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가혹한 세무사찰로 막아보려 했다. 그리고 언론을 향한 그런 태도는 그의 정치적 계승자인 다음 정권으로 이어져 정치와 언론 모두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썼다. 서거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DJ에 대한 악감정을 털어내지 못한 것이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 시대와 대통령 김대중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김 전 대통령은 한편의 절대적 추앙을 받는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다른 한편에선 증오의 대상이 되는 포폄의 운명을 비켜가지 못한 것이다"라는 대목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기에 인색한 조선일보의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8월 19일 조갑제닷컴 메인화면

조갑제는 조갑제닷컴에 <金大中 前대통령의 死後평가>라는 글을 써, "그의 생애는 2000년 6·15선언 前後로 크게 나뉘어진다. 6·15선언 이전의 故 김대중씨는 민주투사로 불렸다. 6·15선언 이후의 김대중씨는 지지자에 의하여서는 평화의 使徒(사도), 반대자에 의하여서는 反헌법·反국가적 행위자로 불리게 되었다. 그의 생애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서는 6·15선언이 될 것이다"고 했다.

조갑제의 글이나 조선일보의 사설이나 매한가지다. 아니 차라리 조갑제는 솔직하기나 하다.


  1. 김대중대통령을 만났던 기억을 꺼내며...

    Tracked from 사진 위를 걷다. 2009/08/19 14:08

    파란만장 했던 인생을 기록하신 김대중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평화를 사랑하셨던 분이자 집권한 후 정치보복을 하지 않으셨던 분으로 기억되실 대한민국 유일의 노벨상을 수상하신 대통령으로 기억 되실 것 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노무현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은지 얼마 안되고, 49재가 끝난지 금방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이자 홀로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키셨던 분으로 기억될 것 입니다. 서울시청이 있는 광장에는 시민 분양소가 차려진다고 합니다. 시민들의..

  2. 2009/08/19 14:09 답글수정삭제

    비밀댓글 입니다

  3. 김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러시아 언론의 반응

    Tracked from 세계wa 2009/08/19 14:36

    18일 오후 1시 43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지고 얼마되지 않아 러시아 TV방송에서 인터넷 통신사까지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련된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체 성격에 따라 차이는 있습니다만,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간략한 단신으로 보도한 곳부터 그의 일생을 심도있게 조명한 내용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오바마나 김정일과 같은 각국 수장들이 애도를 했다는 내용까지 보도되는 중입니다. 여지껏 나...

  4. 청공비 2009/08/19 15:10 답글수정삭제

    에효...끝까지...
    그래도 보는 사람도 많고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으니...
    빨리 상대할만한 신문사가 생기거나 커져서 언론의 자웅을 겨루었으며 좋겠습니다.
    지금은 너무 조중동 일색이라...

  5. mark 2009/08/20 09:31 답글수정삭제

    편견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안는 바른 마음이 필요한때 입니다.

  6. 쌍창워라 2009/08/20 10:54 답글수정삭제

    조선일보야말로 우리가 깨부수어야 할
    대상 1호다
    친일 1호
    우리 국민은
    언젠가는 조선일보와 조갑제가 망하는
    꼴을 보고야 말 것이다

  7. 메트로 2009/08/20 11:12 답글수정삭제

    이글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모르나 조선하면 나라를 대표한다해도 과연이 아니다 이런신문이 잡지보다못한 졸열한 신문인것이다 이런신문이 과연 공평 한 신문이라고 할수 있을까 차라리 없어젔으면 좋겠다

  8. 2009/08/20 11:53 답글수정삭제

    조중동. 그중 가장 악질은 좃선.
    부자 3대 가지 않듯이, 언론재벌 좃선도 얼마 안 남았다.
    지금은 거의 내리막길이라고 봄.

  9. 유나 2009/08/20 12:58 답글수정삭제

    김대중 대통령님에 대한 조갑제의 논조는 일본 언론, 그것도 산케이의 논조와 너무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또한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언동을 간혹 보이는 청와대와 박근혜등에게 탄핵과 경상도 지지 철회를 들어 협박을 하곤 합니다.
    어떤 힘을 그가 가졌기에 이리 오만방자하게 무소불휘의 힘을 휘두를까요?
    그 배경이 자못 의심스럽지 않습니까?

  10. 맹그로브 2009/08/20 13:13 답글수정삭제

    조갑제뿐아니라 지만원이 홈피도 가관이던데... 특히 조갑제씨는
    자기가 무슨 대한민국의 뭐인모양!!! 김대중씨란다..
    국장은 안된다고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 현충원엔 내가 알고 있기론
    친일파들 다수도 묻혀있던데.. 이제는 MB에게도 등을 돌릴려고
    하던데.. ㅋㅋㅋㅋ 이 뭐하는 짓인지..

    좃선일보나 조갑제나 오늘낼 하는 저런 노친네들은 왜 하늘에서
    못본채 하는건지 모르것소...

  11. 아사히신문, DJ서거 '호외'를 발행하다

    Tracked from 테츠의 먼데이 도쿄 2009/08/20 21:58

    19일 미니블로그 '트위터'의 지인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그는 아마도 한국에서는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호외수집가'인데 그가 보낸 메시지는 "아사히 신문에서 김대중 전대통령 서거관련 1면짜리 호외를 찍었다는데 확인해 줄 수 없겠냐"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매일 8백만부 이상을 발행하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아사히 신문>이 김대중 전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호외를 발행했다는 건 대단한 뉴스다. 취재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되어, 우..

  12. 이명박 대통령이 잘한 것과 잘못한 것

    Tracked from 착한 경제 이야기 2009/08/24 10:59

    아침 출근길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헤드라인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의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이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고, 이 대통령은 북한핵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헤드라인만 읽고는 이 대통령이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면 그 자체로 긍정적인 것은 당연하고, 이 대통령이 북핵문제를 의제로 못박았다면 그건 남쪽의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요구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실제 성사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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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에 코딱지가 앉았을 때, 코에 먼지와 온갖 잡것들이 쌓였을 때, 그래서 뭔가 찝찝하고 불편하고, 때론 숨쉬기가 힘들 때, 코 한 번 시원하게 후비고 큰 덩어리를 파내고 나면 가슴 속까지 후련함을 느낍니다. 방송을 보면서, 미디어를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뭔가 찝찝함', '뭔가 불편함', '뭔가 파헤쳐야 하는 궁금함'을 시원하게 후벼볼랍니다. 미디어, 누구나(who) 후벼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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