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선덕여왕을 볼 때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MB가 이 드라마를 좀 보면 좋을텐데...'

MB가 선덕여왕을 보고, 덕만 즉 선덕여왕의 리더십과 용인술, 그리고 백성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좀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어제는 특히 그랬다.

월요일 29회와 어제 30회에서는 첨성대 건립을 둘러싼 덕만과 미실의 대화가 이어졌다. 천기를 읽는 능력인 이른바 '신권'을 백성들을 위해 내놓으려는 덕만에게, 미실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지배하는 자''지배받는 자'로 구분해, 비록 덕만과 미실이 권력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지만, '지배하는 자'로서는 같은 처지에 있다고 말한다.

즉, 지금까지 지배층인 황실과 귀족이 독점해왔던 신권을 피지배층인 백성에게 내놓는 것은 덕만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미실을 비롯한 신라를 지배하는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는 것이다.

29회에서 미실에게 이런 지적을 받은 덕만은, 미실과의 대화 과정에서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야기를 즉각즉각 내놓지만 속으로는 자신이 하는 말에 대해, 그리고 미실의 말의 정당성에 대해 "정말 내가 하고 있는 말이 맞는건지"라며 헷갈려 한다. 하지만 30회 유신, 비담 등과의 대화에서 비로소 덕만은 자신의 입장을 명쾌하게 정리하여 그들에게, 아니 시청자들에게 들려줬다.

덕만을 앞으로 자신을 주군으로 삼겠다며 찾아온 비담에게 이렇게 말한다.

미실은 정말 압도적으로 강해.
근데 미실에게 없구, 나한테는 있는 게 있어.
난 미실이라는 훌륭한 적이 있고, 미실은 진흥대제 이후론 20년 넘게 맞수를 만나지 못했을거야.난 미실이라는 훌륭한 적이 있어. 미실을 통해서 난 더 강해질거야.

또 하나, 미실과 이야기하면서 알게 된 건데, 미실은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오히려 백성은 두려워 해. 그래서 백성의 말을 듣는 것도 두려워하는 거야. 하지만 난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 나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말들이, 질문들이, 날 결정할거야.

월천대사를 얻기 위해서, 월천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대사께 수많은 질문을 들으며 답을 찾아냈어. 앞으로도 백성은, 또 세상은 나에게 수많은 질문을 할거야. 난 언제나 두려원하지 않고, 그 질문들을 들을꺼구, 최선을 다해서 답을 찾을거야. 그게 미실을 이기는 길일거라고 믿어.

 

덕만은 바로 '소통'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답을 찾겠다는 덕만의 말은 곧 최선을 다해 소통하고, 소통을 통해 답을 찾아내겠다는 말이다.

자신이 미실과 다른 점, 미실이 가진 한계에 대해 덕만은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다.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는 미실이 백성을 두려워 한다는, 그래서 '신권'을 백성에게 내놓는 것을 두려워하는 미실을 이기는 길이 백성과, 그리고 최대의 '적'인 미실과도 소통하는 것이라는 점을 덕만은 깨달았다.

바로 그런 덕만의 마음가짐을,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만의 자세를, 백성들의 이야기는 물론 정치적 반대세력의 이야기도 들으려는 덕만을 MB가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선덕여왕을 보면서 하게 된다.

하다못해 비록 MB가 덕만을 보고 배우진 못하더라도 미실 정도라도 배웠으면 좋겠다.
미실은 신권을 백성에게 내놓겠다는 덕만의 생각을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웅대한 계획인 듯 얘기하지만 허황되기 짝이 없습니다"고 말하면서도 덕만을 부러워한다. "훗날 언젠가는 제사와 정치와 격물이 분리되는 그런 세상이 올 것"인데, 그런 세상을 만들기에 자신은 너무 늙었고, 반면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는 덕만의 젊음은 부러워한다.

그리고 백성을 위하겠다는 덕만의 발상에 대해서도 "서라벌 황실에서 나고 자란 이 미실은 할 수 없는 생각"이라며 부러워한다. 그렇기에 비록 일식을 이용해 천신황녀의 자리에 오른 덕만이 자신의 힘을 부정하는 첨성대를 세움으로써 자신의 힘을 부정하는 모순에 부딪히게 될 거라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지만, 그래도 "어찌 헤쳐나가는지 잘 볼 생각"으로 첨성대 건립을 찬성한다.

선덕여왕은 분명 드라마일 뿐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하지만 드라마도 현실을 시사해준다. 선덕여왕이 시사해주는 점도 그냥 지나치기엔 아쉽다.

부디 MB가 선덕여왕을 즐겨봤으면 좋겠다. 선덕여왕을 보고 덕만을 배우진 않더라도, 뭔가 느끼는 것은 있지 않을까.


  1. 당신의 선택은 미실인가? 아님 덕만인가?

    Tracked from 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2009/09/02 16:06

    선덕여왕에 대한 그동안 이야기 지난 2009/06/28 - [문화 컨텐츠 연구] - 내가 드라마 선덕여왕에 빠지게 된 이유를 통해서 이 드라마가 시작하는 시점에 선덕여왕을 재미나게 보게 된 이야기를 했었다. 더불어 역사로서의 선덕여왕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지, 역사에서 바라보는 이런 이야기들에 대해서 말했었다. 우려의 이야기도 덧붙였었는데 바로 덕만과 천명, 유신 간에 스믈스믈 떠오르던 러브라인이었다. 중간에 대본을 쓰면서 이런 비판을 들..

  2. 무량수 2009/09/02 16:08 답글수정삭제

    오... 미실을 소통하지 않는자로 보셨군요. 저는 그것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었는데요. 트랙백 잘 받았고 저도 보내 드립니다. ^^

    • hangil 2009/09/03 16:34 수정삭제

      ^^ 저두 잘 받았습니다.
      백성의 말을 듣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 듣고 답을 열심히 찾겠다는 덕만의 말에서 '소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더군요.

  3. 선덕여왕-덕만공주의 모순

    Tracked from 페르소나 persona 2009/09/02 17:17

    미실은 설원에게 백성들이 기대하는 ‘페르소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다. 백성들이 천신황녀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들의 소원을 이루어줄 수 있는 신통력이다. 그런데 어느 날 미실이 말한 것처럼 “난 사실 신권과 신통력이 없고 미래를 보지 못한다. 너희들과 똑같다.”라고 말한다면 백성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백성들이 천신황녀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가 무너질 때 백성들이 받을 충격에 대해 덕만공주는 생각해 보았을까? 페르소나가 무엇인가? 페르소나라는 단어..

  4. 파비 2009/09/02 17:41 답글수정삭제

    미안하지만, MB는 돈 안 되는 건 안 본다네요. ㅎㅎ

  5. 지구벌레 2009/09/02 22:23 답글수정삭제

    강제로 앉혀놓고라도 한번 보게 하면 좋겠군요..
    근데 미실에게서 영감을 얻어가면 어쩌죠..ㅡㅡ;.

  6. 역사를 읽지 않는 인간은 망할 것이다. 2009/09/02 23:26 답글수정삭제

    원래 기득권자란 귀찮은 것은 보려고 하지 않지요.

    자기 입에 달달한 것만 받아들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몰락의 길을 걷지요.

    하여간 두고 봅시다.

  7. 예언가 2009/09/03 08:33 답글수정삭제

    차라리 보지 말라고 하세요.. 아마도 그가 선덕여왕을 보면 문제삼아서,.. 폐지하거나 경고 조치하지싶네요

    • hangil 2009/09/03 16:38 수정삭제

      저도 그런 걱정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선덕여왕 보면서.. 청와대나 한나라당 인간들이 이걸 보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겠다... 싶다는..

  8. 석기인 2009/09/03 09:28 답글수정삭제

    보면 뭘해? 이해를 못 하는데... 저걸 이해할 수 있는 지적능력이 안되는 놈인걸...

    만약에 본다면 애국가서부터 애국가까지 티비나 봐라.

    아무것도 쳐 하지 말고,

  9. 이명희 2009/09/03 10:59 답글수정삭제

    한나라의 대통령을 놈이라니,,

  10. HoYa™ 2009/09/08 19:41 답글수정삭제

    보고 배운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보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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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에 코딱지가 앉았을 때, 코에 먼지와 온갖 잡것들이 쌓였을 때, 그래서 뭔가 찝찝하고 불편하고, 때론 숨쉬기가 힘들 때, 코 한 번 시원하게 후비고 큰 덩어리를 파내고 나면 가슴 속까지 후련함을 느낍니다. 방송을 보면서, 미디어를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뭔가 찝찝함', '뭔가 불편함', '뭔가 파헤쳐야 하는 궁금함'을 시원하게 후벼볼랍니다. 미디어, 누구나(who) 후벼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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