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판결과 관련해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이번 헌재 결정문은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한 사실상 탄핵 심판 결과라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유선호 의원은 "헌재로부터 절차도 못 지키는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한 모든 책임을 지고 김형오 의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김형오 의장에게 요구했다.

그렇다. 김형오 의장은 헌재 판결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그냥 의례적인 주장이 아니다. 헌재 결정문을 살펴보면, 김형오 의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는 김형오 의장이 스스로 한 말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날치기 처리한 그날, 김형오 의장은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하겠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김 의장은 "이제 미디어관계법은 마냥 시간을 끈다고 해결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졌다"며 "국회의장으로서는 국회의원의 절대과반 이상이 처리를 요구하는 법안을 법절차에 따라 표결에 부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며 끝내 직권상정에 의한 날치기 방침을 방침을 천명했다.

그리고 김형오 의장은 "저는 외롭고 불가피하게 내리게 된 오늘의 결단에 대해 국회의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며 "국민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약속했다.

7월 22일 발표한 김형오 의장의 성명


헌재가 김형오 의장에 대해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고 직권상정에 까지 이를 그의 행위에 면죄부를 줬다면 또 모르겠으나, 상황은 그렇지가 못하다.

헌재 재판관 다수는 미디어법 중 신문법 법안 처리 과정이 야당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국회 본회의가 개시되기 전부터 피청구인의 의사진행을 가능하게 하려는 국회의원들과 이를 적극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국회의원들 사이에 극심한 대립과 충돌이 있었던 터라 법률안에 대한 의결절차가 실제 개시된 이후에도 여전히 그러한 상태가 유지되거나 격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실제 피청구인이 신문법 원안 등 3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다음 질의 및 토론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아니하고 바로 신문법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의장석 주변에 모여 반대하는 의원들의 의장석 주변 접근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기 위하여, 반대파 의원들은 의장석에 접근하여 피청구인의 의사진행 자체를 배제하기 위하여 각각 물리력을 사용하며 대치하는 등, 극히 무질서한 상황이 벌어졌다.

......

이처럼, 신문법 수정안에 대한 표결절차의 전후 상황 및 전자투표방식의 제도적 맹점 등을 고려한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위법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을 퇴장시키는 등 표결과정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평화로운 질서라도 확보하여야 하고, 위와 같은 사정에서 비롯될지도 모를 위법적 투표행위를 미리 경고하거나 실제 발생한 위법적 투표행위 또는 투표방해행위를 적극적으로 적발하고 상응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한다.

사정이 이와 같고, 특히 본회의장 곳곳에서 대리투표 또는 투표방해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에 주목하지 않은 채 위와 같은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고 보인다.

......

요컨대, 피청구인은 이 사건 신문법 수정안의 표결을 진행함에 있어 다수의 위법한 투표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예견되었고, 실제 그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바로잡을 자신의 권한을 전혀 행사하지 않은 채(질서유지권 등의 행사조차 어려운 경우라고 한다면 회의를 산회하고, 질서를 확보한 상태에서 새로운회의를 개최할 여지도 있다), 이를 방치하였다.

헌재가 그들의 결정문에서 피청구인인 국회의장을 지목하여 "위법적 투표행위 또는 투표방해행위를 적극적으로 적발하고 상응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한다", "피청구인은 이에 주목하지 않은 채 위와 같은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고 보인다", "이를 바로잡을 자신의 권한을 전혀 행사하지 않은 채 이를 방치하였다"고 그 잘못을 낱낱이 지적한 것이다.

방송법 처리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헌재의 다수 재판관들은,

이 사건에서 방송법안에 대한 투표가 종료되어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에 미달되었음이 확인된 이상, 방송법안에 대한 국회의 의사는 부결로 확정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이 이미 존재하는 국회의 방송법안에대한 확정된 부결의사를 무시하고 재표결을 실시하여 그 표결결과에 따라 방송법안의 가결을 선포한 것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고 하여, 국회의장을 지목하여,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배하여 야당 국회의원들의 표궐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김형오 의장은 책임을 져야 한다.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함으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가면서 스스로 "저는 외롭고 불가피하게 내리게 된 오늘의 결단에 대해 국회의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김형오 의장이 책임을 질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길 밖에 없다.

첫째는 헌재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직권상정과 날치기 처리 과정의 위법함에 대해 사과하고 미디어법을 다시 처리하기 위해, 여야정당의 재협상을 이끌어 내는 길이다.

둘째는 여러말 할 것 없이, 깨끗하게 스스로 한 말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길이다.

김형호 의장이 국회의장으로서 그나마 명예롭게 역사에 남는 길은 두 가지 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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