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밴드', '노다지'...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밤)가 확 바뀐 새로운 모습은 12월 6일 첫 방송을 한다. 한국PD연합회 회장을 하는 등 한동안 MBC를 떠나 있던 '쌀집아저씨' 김영희 PD를 '총괄책임PD'로 내세워 '시청자와 함께 하는 유익한 방송', 즉 김영희 PD의 장기인 '공익적 예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MBC는 방송을 앞두고 보도자료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새롭게 방송될 일밤의 코너들을 소개했는데, '대한민국 생태구조단, 헌터스'(헌터스), '우리 아버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단 하나의 비밀'(단비)이 그것이다.

'헌터스'는 농작물 피해는 물론 도심에서까지 인간을 공격하는 멧돼지 소탕작전을 보여주는 '라이브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고, '우리 아버지'는 '이 시대의 아버지, 시청자가 주인공이 되는 아버지 기살리기 프로젝트'로 '공감 버라이어티', '생활 밀착형 버라이어티'를 내세우고 있으며, '단비'는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세계 어디든 간다는 '초특급 글로벌 프로젝트'라고 내세운다.

하나같이 '역시 김영희 PD'라 할만큼 소재 자체가 와닿는다.

특히 '리얼 공익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단비'는 첫번째로 물부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로 달려가 '기적의 우물'을 만든다는데, 실제 잠비아에서 '기적의 우물'을 샘솟게 한다니 어쩌면 예전 '느낌표-눈을 떠요'나 '아시아 아시아'에서 느꼈던 '감동'을 줄 것 같다. 아마도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와 책까지 펴낸 김영희 PD의 경험이 반영된 아이템으로 여겨진다.

김영희 PD(사짐-MBC)


그리고 '단비'보다 김영희 PD의 감각이 더욱 돋보이는 코너는 '헌터스'다. 주말 버라이어티에 '멧돼지'를 등장시키다니! 최근 도심 곳곳에서 출현해 인간을 괴롭히고, 농촌에서는 엄청난 농작물 피해를 가져와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멧돼지'가 아닌가. 그 멧돼지를 주말 버라이어티에서 다룰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코너 세부 소개 내용을 보니 마냥 그 기발함에 박수만 보내기는 힘든 것 같다.

'멧돼지'라는 아이템에 머리가 번쩍했다면, '멧돼지 소탕작전'이라는 코너의 내용은 전적으로 좋게만 보기는 힘든 것이다.

물론 '멧돼지'는 유해조수로 천적이 사라져 개체수가 급증함에 따라 인간에게 갖은 피해를 주고 있어 '소탕'할 대상이긴 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관점이다. 일밤 '헌터스' 앞에 붙은 또 다른 말은 '생태구조단'이다. 생태계를 구조하겠다면서 '멧돼지 소탕작전'을 펼친다? 궁합이 잘 맞지 않다. 더구나 '생태구조단, 헌터스'라는 '생태르 구조하는 사람'과 '사냥꾼' 혹은 '총잡이'의 조합은 더욱 어울리지 않고 상호모순적이기까지 하다.

어차피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인간에게 피해를 끼치는 동물은 박해를 받을 수밖에 없고, 피치못할 일이긴 하나 그걸 대놓고 '공익'이라고 하는 건 솔직히 내키지 않는다. 멧돼지가 자기들 스스로 인간에게 피해를 주려고 일부러 짝짓기를 많이 해 개체수를 늘린 것도 아니고 산업화, 도시화, 인간으로 인한 먹이사슬 파괴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개체수가 증가한 것인데, 그걸 무조건 때려잡는 게 '생태구조'요, '생태계를 위한 공익'이라고 부르기는 어색하다.

뿐만 아니라 '헌터스'에는 전국의 일등포수들로 구성된 '포수 자원봉사단'이 참여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일밤에서는 멧돼지를 놓고 쫓고 쫓기는 수렵장면과 총소리가 난무하고, 어쩌면 피를 낭자하게 흘리는 멧돼지의 처참한 모습까지 등장할 지 모를 일이다. 김영희 PD는 기자간담회에서 "연예인들의 사생활 폭로나 ‘막말방송’이 아닌, 가족이 함께 모여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고 새로운 일밤을 소개했는데, 총을 쏴대며 멧돼지를 잡는다면 그 장면이 가족이 함께 모여 보기에 적절할 지 의구심이 든다.

'느낌표-이경규의 다큐멘터리 보고서' 시절 이경규씨와 김영희 PD


예전 MBC '느낌표!'에서는 '이경규의 다큐멘터리 보고서'라는 코너가 방송된 적이 있다. 김영희 PD는 이 프로그램의 책임PD였다. 당시 이 코너는 양재천에 텐트를 치고 몇날며칠을 고생한 끝에 서울 도심 한 가운데인 양재천에 너구리가 살고 있음을 보여줬다.

도심 속 인간과 환경의 문제를 야생동물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이 코너에서 당시 이경규는 "동물이 떠난 세상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습니다"라고 코멘트했다. 과연 그 때 그 양재천의 너구리와 이번에 일밤에서 다루려고 하는 멧돼지는 인간에게 미치는 피해의 규모 외에는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무엇일까. 하지만 양재천의 너구리는 보호 대상이었고, 멧돼지는 박멸 대상으로 다뤄지려 한다.

아직 방송 전이기에 이런 우려는 예단일 수 있다. 특히 김영희 PD의 감각이라면 이런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일개 시청자인 나로서는 그 방법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스타 PD인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는 알고 있으리라 믿고 싶다. 그래서 감동과 재미, 공익과 웃음을 함께 줄 수 있는 말 그대로 '공익적 예능'이 2009년에도 먹힐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길 기대한다.


  1. 이젠 좀 변화도... 2009/11/25 19:51 답글수정삭제

    이젠 좀 김영희피디 프로그램의 색깔을
    변화해야할 시기아닌가요???솔직히
    일밤새코너들 예전 일밤이나 느낌표에서
    했던 프로그램 다시하는것 같은느낌이...

    • hangil 2009/11/28 22:06 수정삭제

      글쎄요.. 자신이 잘 하는 분야가 있다면 장기를 살리는 게 나쁘지는 않지요. 더군다나 좋은 의미를 가진 색깔이라면 더욱 장려할 필요도 있겠지요.. 누군가가 착한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넌 좀 변해야 해'라고 할 수는 없는거지요. ^^
      다만 그런 것이 그저 과거를 울궈먹는 게 아니라 새로움 역시 추구해야 하는데... 그건 확인해봐야겠지요.

  2. 바람나무 2009/11/26 14:38 답글수정삭제

    판단이 성급하신 것 같습니다. 멧돼지를 총으로 쏘아서 죽여 잡을지, 혹 생포해서 다른 깊은 산속으로 보낼지, 모르지 않습니까.

    즉, 멧돼지 사냥과 생태구조단을 어떻게 엮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사냥'이라는 단어에 무조건 '총으로 쏘아 죽이는 것'이라고 단정지으신 데서 어긋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말 저녁 티비 화면에 피가 낭자하고 죽어가는 짐승의 모습이 보일 것, 이라는 것은 정말 오버이십니다. (좀 웃겼어요, 읽다가.) 왜 반드시 죽일 것, 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인간과 들짐승이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지도 모릅니다. 지켜보고 말씀하시자구요~ 혹 그때에 정말 쏘아죽여서 어떻게 하거들랑 그 때 심각하게 지적하셔도 늦지 않을 듯 합니다.

    • rm 2009/11/27 15:01 수정삭제

      그럼 포수가 멧돼지랑 원반던지기 놀이나 하고 있겠습니까?
      총은 멧돼지 겁주기 위한 용도?
      판단이 너무 모자라신 것 같네요

    • 바람나무 2009/11/27 17:03 수정삭제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은 아니구요, 예를 들어 그물로 포획을 해서 깊은 산간지역으로 이동시킨다던지 하는 방법도 있지 않겠나, 해서 드린 말씀입니다. (엽총으로 사살하는 경우도 당연히 있을 것입니다.)

      결국 멧돼지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게 된 것은 인간의 잘못인데, 무작정 피해를 입는다고 사살한다, 라는 논리로 가져가지는 않을 것이라, 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잔인한 피의 잔치를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아마도 제 표현이 좀 거슬리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잘못이 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 에필로그냐 프롤로그냐 2009/11/28 04:10 수정삭제

      이 글은 총으로 잡냐? 그물로 잡냐? 하는 논쟁을 할 만한 글이 아닙니다...

      왜? 설마 진짜로 총으로 멧돼지를 죽일까요?

      이 글은 MBC 일밤의 새 아이템 홍보 글입니다...
      앞에 죽 봐봐요.. 역시 김영희피디......칭찬 늘어 놓구..
      가능하지도 않은 비판의견을 써 놨잖아요..

      이제 첫방하고 나면 다시 [역시 김영희 피디] 하고 칭찬일색일겁니다.

    • 에필로그냐 프롤로그냐 2009/11/28 04:15 수정삭제

      근데 문제는 그 만큼 영향력 있는 블로그가 아니라는게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거죠...

    • hangil 2009/11/28 22:09 수정삭제

      바람나무/저두 성급한 판단이었음 하네요..
      그리고 저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잔인한 피의 잔치를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단정짓지 않았습니다. 그런 기획의도라면 이런 글을 쓸 의미도 없지요.
      지켜봐야겠지만 일말의 우려가 있다는거고, 방송을 시작하기 전이니 이런 우려가 있음을 알고 더 잘 만들어줬음 좋겠다는거지요.

  3. 막장MBC 일밤 쌀집PD 복귀작은 멧돼지 학살?? 쥐나 잡아!!

    Tracked from Green Monkey Blog** 2009/11/28 22:40

    막장MBC 일밤 쌀집PD 복귀작은 멧돼지 학살?? 쥐나 잡아!! 잡은 멧돼지, 양로원과 불우이웃에게 주겠다?? 발상 기막혀!! 꼴통MBC가 멧돼지 학살을 일요일 저녁에 전국에 방송하겠다고 한다. 출처 : 영화 차우 워워. 뉴또-라이가 장악한 MBC가 점점 미쳐 막나가고 있다. 대국민 사기방송 MB씨의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한 분노와 불쾌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주 요상한 소식을 접했다. * 뉴스엔 / "일밤 멧돼지사냥 '헌터스' 폐지하라" 환경단체..

  4. g-spot 2009/11/29 05:53 답글수정삭제

    에필로그냐 프롤로그냐/ 널 쥐쥐한다. ㅋㅋ

    • hangil 2009/11/30 11:40 수정삭제

      님~ 쟤 그냥 혼자 놀게 그냥 냅둬요~ ^^
      저두 스토커랑 노는 데 재미를 잃었네요.. 그래서 그냥 신경 끊으려구요.

  5. 용화짱 2009/12/01 15:35 답글수정삭제

    정용화나오는거니까 당연히 봄!

  6. 겨울 2009/12/02 20:43 답글수정삭제

    지금이야 하지말라니까 '오해다' '포획도 안한다' 라고 하지만(그나마 항의의 성과죠)
    처음에는

    사냥, 소탕, 전면전, 사투
    멧돼지 사냥꾼 7인
    매주 1박2일씩 밤새 훈련하고 사냥에 나선다
    "오늘 나도 지금까지 경상남도 의령에서 밤새 멧돼지를 잡다 왔다."

    라고 멧돼지 다 잡아야한다고 기염을 토했습니다.
    방송에 내보내지도 않을걸 뭐하러 옌예인들과 피디가 매주 훈련받아가며
    사냥을 하겠는지요?

    처음 대화에서도 ‘항의를 하든 시위를 하든 그대로 한다’라는 답이 왔었지요..

    *************************

    오락프로그램에서 헌터스와 멧돼지와 농민, 이렇게 다루는 한 어떻든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하위 약자인 멧돼지와 차하위 약자인 농민의 대결구도로 만들어서 농민의 애환을 듣고 돕는 걸로 휴머니즘을 보여준다는 설정,
    농업포기 정책과 개발 붐 하에 진정한 농민들의 애환이 무엇이간데.. 농민들의 애환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왜 멧돼지 문제만 다룬다는 겁니까?

    동물이나 물고기를 잡는 장면을 매회마다 보여주며 희희덕거리던 패떴, 조금의 미안함과 인도적인 마음도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문어를 내리쳤는데, 눈알이 튀어나왔다고 깔깔대고 두고두고 '문어 눈깔' 얘기를 하며 낄낄 대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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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에 코딱지가 앉았을 때, 코에 먼지와 온갖 잡것들이 쌓였을 때, 그래서 뭔가 찝찝하고 불편하고, 때론 숨쉬기가 힘들 때, 코 한 번 시원하게 후비고 큰 덩어리를 파내고 나면 가슴 속까지 후련함을 느낍니다. 방송을 보면서, 미디어를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뭔가 찝찝함', '뭔가 불편함', '뭔가 파헤쳐야 하는 궁금함'을 시원하게 후벼볼랍니다. 미디어, 누구나(who) 후벼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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