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청자위원 중에 황인학이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KBS시청자위원회에서 설연휴 기간(2월 15일) KBS에서 방송됐던 <설특집 2010 명사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차분하면서도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놨다.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은 관광과 어울리는 노래로 ‘여행을 떠나요’를 열창하고, 재치있는 덕담으로 프로그램을 살렸다. 산악인 엄홍길씨와 국립발레단 감독인 최태지씨의 노래는 순수한 열정으로 인해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특히 정진석 의원은 ‘명사가 뽑은 최고의 명사’로 뽑혀 영예의 MVP 트로피를 안기도 했다.
이번 1TV의 설특집은 코미디언이나 개그맨들의 막말을 곁들이면서 몸으로 치고받는 게임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소란스럽고 어수선한 분위기의 명절 특집 프로그램보다 차분하면서도 유익한 시간이었다."
황인학이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한 <명사스페셜>이 어떤 프로그램인가?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진석 한나라당 국회의원, 주호영 특임장관,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 범여권 인사들을 떼거지로 출연시켜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프로그램이 바로 <명사스페셜>이다.
출연만 시킨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도지사! 김문수", "의리로 뭉쳐진 국민의 친구! 정진석", "소통과 화합의 대명사! 주호영" 등 자막으로 낯뜨겁게 출연자들을 미화했고, 지방선거를 앞둔 출연자들의 노골적인 정치 홍보의 장으로까지 변질된 프로그램이었다.
예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역시 제가 도지사가 되니까 현장하고 멀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역시 택시를 몰아보면 뒷좌석에서 몰아주는 차 타는 것과 (달리) 어른들이나 가족들을 (운전으로) 모셔보면 낮은 자세로 공직자들이 국민들을 섬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좋은 경험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고, 주호영 장관은 자신이 부른'비내리는 고모령'에 대한 사연을 묻자 "비내리는 고모령의 무대가 저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에 있다, 늘 비내리는 고모령을 지나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KBS가 매일 시청자들의 의견을 정리하는 '시청자 일일상담 보고서'에도 "명사들의 스페셜이란 미명하에 사전 선거운동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김문수 지사의 경우는 지자체장에 재출마를 하려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공영방송에 출연했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강하게 비판하는 시청자의 의견이 올라 올 정도였고, KBS 새노조에서는 "한나라당 놀이터로 전락한 KBS"라고 개탄하는 등 KBS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을 두고 시청자를 대표한다는 시청자위원이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인학의 시청자위원 활동이 구설수에 오른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용산참사를 다룬 KBS보도에서 경찰의 살인진압으로 돌아가신 분들을 "용산참사 희생자"로 표현했다고 하여 "이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희생자라고 하니까 공권력에 의해서 억울하게 피해를 본 사람으로 인식이 된다", "발단은 불법 폭력시위였다. 이렇게 사회의 법과 제도를 뛰어넘어서 폭력으로 자기의 뜻을 관철하려는 사람들의 입장이 오히려 맞는 것인 양 보도하는 것이 공영방송에서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점을 짚고자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사례를 찾자면 한두가지가 아니다.
KBS가 낙하산관제사장과 낙하산특보사장 아래서 제 기능을 못하고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는 배경에는 "시청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시청자위원회를 두어야 한다"는 방송법 87조 규정에 근거하여 존재하는 시청자위원이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고 특정 정파와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는 작금의 어처구니없는 상황과도 결코 무관치 않을 것이다.
참고로 황인학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즉 전경련의 산업본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