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이 KBS 사장으로 내정된 양승동 후보자와 관련해 "충격적 성폭행 무마·은폐·축소 의혹이 제보되었다"며 국회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 내용만 놓고 보더라도 그런 의혹을 제기할 수준인지 의심스럽고, 기자회견 이후 확인되는 사실을 봤을 때, 오히려 장제원 의원이 성폭력 2차 가해를 가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장제원 의원은 " 2015년 3월 경 양승동 내정자가 KBS 부산방송총국 편성제작국장으로 근무할 당시 KBS 부산방송총국 소속인 정규직 김 모 PD(실명입수)가 계약직 김 모 작가(실명입수)를 승용차 안에서 성폭행한 충격적 사건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양승동 후보자측은 '성폭행'이 아닌 '성추행'이라고 반박했다. 가해자 입장에서도 피해자 입장에서도 '성폭행'과 '성추행'은 크게 다르다. 둘 다 같은 성폭력이지만,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주변에서 인식당하는게 얼마나 괴롭고 힘들지는 상식이 있다면 다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성추행' 사건인데, 장제원 의원이 일부러 자극적으로 보이기 위해 '성폭행' 사건으로 왜곡한 것이라면, 그것 자체가 용서받기 힘든 성폭력 가해행위가 될 것이다. 


(관련기사 : 장제원 "양승동, 사내 성폭행 은폐" vs KBS작가회 "사실 아냐, 2차 피해"(아시아경제))


또 장제원 의원은 "가해자의 직속상관이었던 양승동 내정자가 피해자와 같이 근무하는 동료작가들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유감 표명 및 재발방지 사과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는데, 직속 상관이 공개 장소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사과하는 것이 왜 '웃지 못할 일'인지 모르겠다. 


관리자로서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테고, 부하의 잘못에 대해 직속상관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없는 한국사회 풍토를 보자면 적어도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 않나?


특히 장제원 의원은 "이미 발령이 예정되어 있던 직원을 대신하여 4월 9일자로 KBS 울산방송국으로 이 성폭행 가해자를 급하게 인사발령하였다"며 이를 '사건의 무마·축소·은폐를 위해' 벌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게 말이 되는 주장일까. 


지금까지 흔히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을 때 피해자이자 약자이자 을의 위치에 있던 여성을 다른 데로 보내거나 회사를 그만두게 만들거나 한 경우는 종종 봤고, 이를 잘못된 조치라 비판해왔다. 그런데 가해자를 다른 곳으로 보내 피해자와 분리시켰는데, 이게 왜 무마, 축소, 은폐로 비난받아야 될까.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가 아닌가.


무엇보다 장제원 의원의 이번 폭로는 피해자로부터 제보를 받기는커녕 사전에 동의조차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벌인 행위라는 점이 가장 문제다. 장제원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이 '피해자의 동의를 받았는지' 묻자, '피해자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며 그저 '제보를 받았다'고만 말했다. 피해자가 제보한 것도 아니고, 사실 확인을 그쳐 피해자의 동의를 구한 뒤 성폭력 사건을 공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련기사 : 자유한국당 “KBS 성폭력 폭로, 피해자 동의 받았나” 질문에<미디어오늘>)


그렇다면 이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일말의 고려도 없이 그저 미투와 연결해 ''성폭력 사건'을 정략에 이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본인은 알지도 못한 사이 공개된 장소에서 무수한 언론을 상대로 이뤄진 폭로로, 강제적으로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는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2차 가해'인 것이다.


요즘 장제원 의원이 다방면에 걸쳐 자유한국당의 스피커로서 맹활약을 펼치며 이미 금도를 수도 없이 넘나들고 있긴 하나, 이번 경우는 특히 심하다. 고장난 스피커는 폐기 대상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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