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신문들이 지구온난화를 걱정해 에너지 절약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자전거 타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것이 한반도 대운하나 4대강 정비와 연관되어 있고, 이명박 정부의 시책에 적극 부합하는 것이라고 해도 그 자체는 어쨌든 나쁘지 않다.

그런 가운데 중앙일보가 오늘 <베를리너판으로 '판형 바꾼 효과' / 전력 40% ↓, 연간 CO2 1990t 줄여>라는 기사를 썼다. 3월 16일 신문 판형을 이름조차 생소하고 발음조차 힘든 '베를리너판'으로 바꿨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니, 그덕에 전력 사용을 40% 줄이고, 이산화탄소를 연간 1900톤이나 줄였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데이터는 이렇다.

판형을 바꿔 윤전기를 최신 기종으로 교체했는데, 새 윤전기는 "시간당 최대 9만부를 인쇄할 수 있다"(평소에는 시간당 7만5000부)고 한다. 기존 윤전기는 시간당 평균 5만부였고, "인쇄 속도가 빨라지면서 11세트였던 윤전기는 6세트로 줄었다"고 한다. 그 덕에 전기소비량이 40%, 하루에 총 1만5000키로와트, 연간 450만키로와트가 절약된다고 한다. 이만큼의 전력 절약은 이산화탄소 1908톤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중앙일보는 올해 냉난방 온도 지키기와 절전운동을 벌일 예정이고, 이를 위해 여름에는 노타이, 겨울에는 내복입기를 실시한다고 한다. 조명도 줄이고, 사용하지 않는 PC와 TV 전원도 끌 방침이라고 한다. 아울러 '지구를 위한 서약'을 이끌어간다는 CGO라는 직책도 발령냈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에너지를 아끼고, 지구온난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데, 암 칭찬할 일이다. 중앙일보가 이렇게까지 지구를 아끼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큰 지는 미처 몰랐다. 훌륭하다. 짝짝짝~

그런데, 중앙일보가 그렇게까지 지구를 사랑한다면, 그래서 에너지를 그렇게 아끼고 싶다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확실하고도 쉬운 방법이 있다.

제안한다.
중앙일보 CGO(Chief Green Officer)인 이규연 사회에디터께서는 적극 검토해주시면 고맙겠다.

뭐냐, 중앙일보 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것이다. 차마 중앙일보 직원들의 생계 문제가 있어 아예 폐간하라고는 못하겠고, 오프라인 신문을 없애는 건 어떠냐는 것이다. 오프라인 없애고, 온라인만 운영하면 윤전기도 필요없고, 신문지 제작에 필요한 종이도 아끼고, 그야말로 에너지 절약에 삼림까지 아끼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뭐, 애초에 에너지 생각을 했다면 베를리너판으로 바꾸기보다 발행부수를 줄이면 되는 쉬운 방법이 있었는데,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니 덮어두자.

그리고 오프라인 신문을 차마 없애지 못하겠다면 발행부수라도 대폭 줄이는 게 어떨까? 정확한 통계가 없어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지만 찍자마자 버려지는 무가지가 엄청난 양이라는 건 이 바닥의 상식이지 않은가.

만약 중앙일보가 에너지 절약과 이산화탄소 줄이기, 나아가 지구온난화 극복을 위해 '오늘부터 신문을 발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고 발표한다면, 나는 그 순간부터 중앙일보의 열렬한 팬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


  1. JNine 2009/04/23 12:02 답글수정삭제

    전 정부 정책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고, 일반 사용자도 그렇고
    '아껴서 잘 살자' 혹은 '아껴야 잘 산다' 라는 사고방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댓글로 주절거리는 것 보다 예전에 썼던 글 하나 트랙백 합니다.

    • hangil 2009/04/23 16:18 수정삭제

      저도 뭐 낭비나 과소비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껴야 잘 산다'는 걸 그닥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물, 전기, 가스 등 아낄 수 있으면 아끼는 게 좋겠고, 그런 생활습관을 가지는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비' 그 자체가 악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구요. 소비가 되어야 경제가 굴러가든 어떻게 되든 하겠지요.
      트랙백 걸어주신 글 잘 읽겠습니다~

  2. 오늘의 키워드는 "4대강 대운하 자전거길 2000km" 로군요 ^^

    Tracked from 상오기 : 자전거 여행~! 2009/04/22 21:10

    제 블로그의 주제는 타이틀 창에도 적혀 있다시피 "자전거 여행~!" 입니다. 그래서 올블로그에서 "자전거", "자전거 여행" 등등의 관련 키워드를 북마크를 하여 매일 틈나는 대로 올라오는 관련 포스팅을 모두 읽어 봅니다. - 정확히 말하면 제목을 보고 관심 있는 글들만 읽어보죠 ^^ 사실 어제까지만해도 "자전거"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하루에 올라오는 포스팅 수는 많지 않습니다. 잠깐 리스트를 훑어보며 읽어보면 몇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올라 옵니..

  3. 공대생이 보는 녹색정책:막 써도 잘 살 수 있게 하자.

    Tracked from 일본과 한국, 그리고 광장시장(?) 2009/04/23 11:59

    논문 쓰는 와중에 잠시 머리도 식힐겸. 녹색정책, 녹색성장, 녹색사업, 녹색뉴딜, 그린에너지, 에너지 및 자원 절약, 뭐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녹색, 그린 이런 것을 붙인다고 위에서 말하는 일들이 자동으로 추진되고 완성되고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제이나인은 공대생이다보니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것에 관심이 많고, 개인적으로 에너지 절약과 함께 에너지 획득에 관심이 많다. 정부에서는 녹색정책의 일환으로 여러 가지 뻘짓을 하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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