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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책임 묻되, 'PD저널리즘' 훼손은 안돼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윤리 및 연구논문 진위 논란을 일으켰던 MBC <PD수첩> 제작진이 취재과정에서 심각하게 취재윤리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4일 YTN이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황 교수 연구팀 연구원과 가진 인터뷰 보도를 통해서다. MBC는 같은날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 입장을 밝히고 제작진의 부적절한 취재 행위에 대해 비판했다.

<PD수첩>이 취재과정에서 취재목적을 속이고, 취재원들이 '위압'적으로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취재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황 교수의 '연구윤리' 위반과 논문진위 논란으로 적잖은 몸살을 겪은 우리 사회가 <PD수첩> 제작진의 취재윤리 위반으로 또다른 소모적 논란으로 빠져들지 않고 생산적 논의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지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일단 MBC는 이번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행위에 대한 진상을 명확히 파악하고, 사과문에서  "이같은 취재윤리 위반 행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힌대로 수습을 해야 할 것이며 아울러 강도 높은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취재 내용의 공익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취재과정에서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문제제기의 '진정성'까지 훼손된다. 일부 언론을 통해 관련 연구원이 취재과정의 '협박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PD수첩>팀은 이를 강하게 부인해왔으며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우리의 취재는 '사실'임을 확신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생명과학의 '연구윤리' 문제를 제기했던 <PD수첩>팀이 스스로의 '취재윤리'를 훼손한 것에 대해 그 동안 <PD수첩>을 아껴왔던 많은 시청자들도 실망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황 교수의 연구윤리에 대한 문제제기가 생명과학 전체의 신뢰문제로 이어졌듯이 <PD수첩> 제작진의 취재윤리 위반은 전체 언론의 신뢰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PD수첩>의 이번 '취재윤리' 위반은 그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다. 따라서 <PD수첩> 관련 제작진은 진심으로 자성하고 취재윤리 위반문제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생명공학의 연구윤리 문제와 논문진위 여부 논란이 더이상 소모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이제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이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애초 <PD수첩>이 지난달 22일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논문과 관련된 '연구윤리'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황 교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부분 시인했었다. <PD수첩>팀이 난자출처 의혹을 다루면서 제기한 '연구윤리' 문제는 황 교수의 연구 성과가 세계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인 만큼, 이제 국제적 윤리규범을 지키면서 그 연구가 더욱 인정받고 발전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합리적 지원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황 교수의 연구 성과에 대한 일말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도록 공신력 있는 기관이 나서서 관련 검증절차를 밟아야 할 필요성도 더욱 커졌다.

한편, 이번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 문제가 자칫 'PD저널리즘'의 훼손으로 잘못 연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며 탐사보도와 심층보도의 합당한 취재방식을 위한 성숙한 사회적 토론도 병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 오랜 기간을 통해 어렵게 구축해 온 'PD저널리즘' 자체가 훼손되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PD저널리즘'은 소외된 계층에 눈을 돌리고 잘못된 사회적 관행과 권력에 대한 감시와 고발로 적지 않은 기여를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바로 <PD수첩>이었다. 잘못은 잘못대로 엄중한 책임을 묻되,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부디 이번 <PD수첩> 논란이 세계적 연구성과에 걸맞는 시스템 마련과, 언론계 전반의 취재윤리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2005년 12월 6일자 미디어오늘 '보도와 보도사이' 코너에 기고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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