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0월 1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군 현지시찰 사진을 공개했다.

최근 들어 김 위원장이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의 건강을 둘러싼 각종 '설'들이 난무한 바 있다. 언론들은 그가 어떤 병을 앓고 있으며,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마치 옆에서 지켜보기라도 한 것처럼 시시콜콜 상세히 보도했고, 나아가 김 위원장에 이은 후계 구도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경우의 수를 앞다퉈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북측은 김 위원장이 축구경기를 관람했다는 소식, 김 위원장이 발표했다는 담화에 이어 이번에 사진까지 공개해 눈길을 끈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사진이 '과연 언제 촬영한 것이냐'를 두고 또 다시 구구한 추측들이 난무하게 됐다. 대다수 언론들이 사진 속 김 위원장의 모습과 주변 경관들을 근거로 '최근 촬영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추측을 쏟아내는 가운데 경향신문이 사진의 촬영 시점을 단독으로 밝혀내 눈길을 끌었다.

경향신문의 보도가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은 경향이 어떤 특별한 정보를 은밀하게 입수해 그런 보도를 한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특종'을 했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향신문의 1면 사진이다.
보다시피 10월 11일 공개된 김 위원장 사진인데, 경향은 사진의 '등록정보'를 토대로 적어도 8월 11일 오후 2시경 '최종수정'된 사진임을 밝혀냈다. 촬영된 시점은 당연히 그 이전일 것이다.

경향신문은 이와 함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8월 1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 위원장의 군대 시찰 사진의 등록정보도 공개했는데, 그 사진의 경우 8월 16일로 되어 있었다. 즉 두 사진이 비슷한 시기에 촬영된 사진임을 밝혀낸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신문들은 이 같은 기본적인 '디지털 정보'를 확인하지 못하고, 대부분 '김 위원장의 모습이 8월 공개된 사진과 비슷하다', '주변 경관이 가을 날씨로 보기 어렵다' 등의 '추측'만 내세워 '미스터리'니, '9~10월 촬영한 사진은 아닌 듯', '수상한 10월 사진' 등으로 보도하는 데 그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선일보 보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보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겨레 보도)


경향신문은 이같은 '특종'을 한 기사에서 공개된 11장의 사진 가운데 "조선중앙통신은 이 중 사진 2장을 컴퓨터 파일 형태로 외부에 전송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디지털카메라로 찍는 사진에는 촬영정보와 촬영일시 등이 담긴 등록정보(메타 데이터)가 사진과 함께 기록된다. 메타 데이터를 보려면 해당 디지털카메라 전용소프트웨어나 이미지뷰어 프로그램의 등록정보를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즉, 경향신문이 특출나서 '입수'한 '특종'이 아니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됐음에도 나머지 언론들의 경우 이 같은 기초적인 '디지털상식'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낙종'하고 만 것이다.

사소한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경향신문의 꼼꼼한 태도가 돋보인 10월 13일 아침신문 풍경이라 하겠다.


(이 글을 올린 뒤 '김정일 위원장 사진'과 관련한 다른 기사들을 검색하던 중, 해당 사진을 일본 조선통신으로부터 구입했다는 연합뉴스 측이 "(김정일 사진의) 등록 정보에 사진이 수정된 날짜가 '10월 11일'로 되어있었는데, 본사 사진부 공용데스크탑이 재작업하는 과정에서 '10월'에서 '8월'로 오류가 생겼다"고 해명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즉 원래 수정일자는 10월 11일이라는 것인데... 만약 연합 측의 해명이 맞다 하더라도 꼼꼼하게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한 경향신문의 보도는 여전히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오히려 내가 보기에는 원래 '10월 11일'이란 날짜를 재작업하면서 '8월 11일'로 고쳤다는 연합뉴스 측의 해명이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보통 컴퓨터에서 사진을 수정하면 과거날짜가 현재 시점으로 바뀌는 경우는 있어도 현재 날짜가 과거로 바뀌는 경우는 일부러 하지 않거나 컴퓨터의 날짜가 과거로 셋팅되어 있지 않는 이상 없을 뿐더러, 여러가지 주변 정황이 경향신문의 보도에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1. from615 2008/10/13 14:32 답글수정삭제

    저도 님의 글을 읽고 경향신문이 참 꼼꼼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전 연합뉴스의 해명 기사를 보고 다시 이곳에 와서 이 사실을 알리려고 보니 이미 알고 계시군요...
    그런데 님의 글은 그 순간 생명력이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해명보도가 나온 이상 이제 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근거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경향에 대한 일방적 지지는 오히려 님의 주장에 대한 객관성을 떨어뜨리는 것일 뿐입니다.
    저도 경향을 좋아하지만 너무 자신의 주관적인 해석으로 지지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결국 경향이 특종을 잡은게 아니라 편견이 편견을 나았을 뿐이란 생각이 씁쓸히 드는군요...

    • hangil 2008/10/13 18:53 수정삭제

      댓글 잘 봤습니다..
      그리고 님의 블로그에도 들어가봤구요~ ^^
      경향신문 사진보도에 대한 저의 평가는 그야말로 보도 자체에 대한 저의 생각일뿐인데요.
      사실, 김 위원장 사진이 보도된 뒤 저 스스로도 그 사진들이 최근 사진들로는 보이지 않더라구요.
      근데, 조중동 등 대다수 언론들은 그저 '억측'만으로 사진 찍은 시기가 어떠니, 또 그런 사진을 공개한 의도는 또 어떠니 라면서 난리인데 반해 경향신문은 일단 오늘 아침까지 상황에서 꽤나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했던 것이지요.
      그것을 평가한 건데, 그건 사실 연합에서 사진을 제공할 때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거라면 경향의 잘못이 될 수는 없을 것 같구요.
      다만, 사진의 등록정보를 보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제공받은 연합 측에 문의를 했다면 새로운 사실도 알 수 있었겠지만, 경향 측에서도 나름 '특종'이라고 비밀리에 1면에다 터트린 거라 볼 수도 있겠지요~ ^^

트랙백 주소 :: http://www.mediawho.net/235/trackback/
옵션
댓글 달기
블로그 이미지
Blog Image
미디어비평 블로그-미디어후비기

콧구멍에 코딱지가 앉았을 때, 코에 먼지와 온갖 잡것들이 쌓였을 때, 그래서 뭔가 찝찝하고 불편하고, 때론 숨쉬기가 힘들 때, 코 한 번 시원하게 후비고 큰 덩어리를 파내고 나면 가슴 속까지 후련함을 느낍니다. 방송을 보면서, 미디어를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뭔가 찝찝함', '뭔가 불편함', '뭔가 파헤쳐야 하는 궁금함'을 시원하게 후벼볼랍니다. 미디어, 누구나(who) 후벼팔 수 있습니다.

by hangil
프로필 버튼
프로필 상세보기
블로그롤 정보
2009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시사/비즈니스부문후보 엠블럼
구글 우수 블로거

카테고리

Calender

«   2010/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2828348
  • 177689
textcubeget rss
website counter 믹시

미디어비평 블로그-미디어후비기

hangil'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hangil [ http://www.hohkim.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