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해명부터 하나 하겠습니다.
저는 지난 10월 30일 "앞으로 더 이상 '동아일보'를 건들지 않겠습니다"는 글을 쓴 바 있습니다. 더 이상 동아일보를 '언론'으로 '신문'으로 상대하지 않겠다는 저 혼자만의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근데, 이글에서 어쩔 수 없이 '동아일보'가 언급되게 되었습니다. 이건 '동아일보'를 앞으로 다시 언론으로 상대하겠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그저 이 글은 '동아일보'라는 집단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비록 그 집단에 속한 구성원이긴 하나 한 개인, 자기 직업을 '기자'라는 타이틀로 가지고 있는 어떤 한 사람에 대한 글이기에, 비록 동아일보가 언급되긴 하나 '괜찮겠지'라는 혼자만의 자기합리화에 따라 글을 쓰게 된 것임을 밝혀둡니다. ^^


오늘(12월 18일) 동아일보 30면에 '기자의 눈' 칼럼란에 '황규인 기자'가 <성취도 평가 거부 징계교사만 두둔한 PD수첩>이란 글을 썼습니다. 왠만하면 '동아일보니깐..'이라며 그냥 무시하려고 했는데, 글을 읽어보니 황규인 기자에게 도저히 따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목을 읽고 이 칼럼의 도입부를 읽으면 이 글은 틈만 나면 'PD수첩'을 조져왔던 조중동의 그동안의 관행이 다시 반복된 것으로 느껴집니다.

지난 16일 PD수첩이 일제거부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해임과 파면의 징계를 받은 교사들의 억울한 사정과 징계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황규인 기자는 이런 내용을 방송한 PD수첩에 대해,

"학생들이 교사들과 헤어지는 것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 '대한민국에는 자유권과 평등권이 있다'고 말하는 한 초등학생의 모습을 잇달아 내보내 시청자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PD수첩 진행자는 '이 학생이 말한 자유권과 평등권이 상식으로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D수첩으로 인해 서울시교육청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가로막는 부당한 권력 집단이 돼버렸다."

고 비난했습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황규인 기자가 이런 비난을 한 건은 이번 PD수첩 방송을 지난 번 '광우병' 관련 방송의 연장선상에 놓고 PD수첩을 흠집내려는 의도를 가졌다고밖에 볼 수 없겠지요. 여기까지는 뭐, 황우석 사태 때부터 조중동이 취해온 변함없는 태도이니, 그저 그런가 보다며 그냥 '무시 모드'로 넘어갈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진 내용은 무시하기엔 지나치더군요.

황 기자는 "징계위원회에 참석했던 시교육청 관계자는 방송을 본 뒤 '단지 통신문을 보냈다는 것만 가지고 중징계 처분을 내렸겠느냐'며 '충분한 근거와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썼더군요.

난 또 교사들이 통신문 보낸 것 외에 일제고사 거부와 관련해 뭔가 큰 잘못을 저질렀나 했습니다. 황 기자가 '충분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 줄거라 '기대'하며 계속 읽는데, '충분한 근거와 이유'는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고, "이번에 징계를 받은 교사 7명 중 2명은 해직교사 출신이고, 또 한 명은 2006년 ‘연가투쟁’에 참여했다가 징계를 받았다"는 내용이 바로 이어졌습니다.

이걸 '충분한 근거와 이유'라고 봐야 하는지 뭔지 헷갈리기 이를데 없는데, 이 부분을 쓴 이유를 도통 알지 못하겠습니다.

'해직교사 출신이기 때문에, 연가투쟁으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해임과 파면이 당연하다?'

뭐 이런 겁니까?

황 기자는 이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대응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며, 전교조의 기자회견에 이번에 징계받은 교사의 제자가 참여한 것을 두고 "중학교 3학년 학생 14명이 학교 측 허락을 받지 않고 참석해 ‘학생 동원’ 논란이 일었다"고 썼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생들이 학교 측에 '저는 선생님의 징계에 반대하기 때문에 기자회견에 참석하겠습니다'고 통보하고 허락을 받은 다음 기자회견에 참석했다면 문제가 아니라는 건가요? 학교에 허락을 구하면 학교 측에서 '얼씨구나, 우리 학생 장하다, 그래 갔다 와'라고 허락을 해주긴 한답니까?

'학생 동원'이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습니다. 황 기자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생들이 선생님의 징계에 얼마나 안타까워하고 분노하는지, 들어나봤을까요? 그 학생들에게 '누가 시켜서 왔니?'라고 물어보기나 했을까요?

황 기자는 심지어 "전교조 내부에서는 '징계를 받은 교사들이 소영웅주의에 물들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며 "그럼에도 징계 교사들 대다수는 17일 ‘출근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고 했습니다. '전교조 안에서도 니네를 비판하는데 무슨 출근투쟁이냐'는 의미겠죠.

전교조 내부 어디에서 얼마만큼 '소영웅주의' 운운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전교조 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들,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이번의 중징계에 대한 비판이 불길처럼 치솟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여론 동아일보에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황 기자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요.

황 기자는 이 칼럼의 마무리를 이렇게 합니다.

"교사들도 자기 교육철학에 따라 학업성취도 평가가 잘못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인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정부 방침에 반하는 통신문부터 보내는 것이 자유권 행사가 될 수는 없다."

'일제고사'라고 하는 것이 정규교과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교사들이 보냈다는 '통신문' 또한 일제고사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학부모들이 선택하게 해주는 내용인데, 무슨 정부 방침에 반하는 거라는 걸까요?

무엇보다 황 기자의 이 칼럼은 글 자체의 수준으로 봐도 너무나 질이 낮은 것 같습니다. 제목에서는 PD수첩을 비판하더니, 본문에서는 'PD수첩-->전교조-->파면교사'로 옮겨가며 초점이 우왕좌왕합니다.

논거도 일방적이기 그지 없습니다. 자기가 'PD수첩이 한쪽만 두둔한다'며 비판해놓고, PD수첩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좋은지 나쁜지, 교육청의 징계 결정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과연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이번 징계가 '과도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수많은 이유들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역시 황 기자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논술을 공부하는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써도 황 기자보다는 잘 쓸 것 같지 않습니까? 혹시 논술을 가르치는 분들 계시면 황 기자 글에 점수 한 번 매겨 주시죠.

(동아일보 '황규인 기자'님)

황 기자는 자신이 쓰는 이런 글로 인해 교사로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해임과 파면을 당한 교사들과 아이들, 그리고 학부모들의 가슴에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과연 알고 있을까요?








  1. deutsch 2008/12/18 15:11 답글수정삭제

    중앙일보 강기헌 기자는 멀쩡히 집과 직업이 있는 사람을 노숙자로 몰아붙였죠. 트랙백 하나 겁니다.

  2. 2008/12/18 16:42 답글수정삭제

    이런 사람을 기자라고 지칭하면 너무 대접해주시는 거 아닙니까. 그냥 직원이라고 불러주시죠

  3. 레오 2008/12/18 17:37 답글수정삭제

    기자'님'이라는 호칭이 너무 아깝습니다. -_-;;;
    아후. 요샌 성질나서 뉴스를 볼 수가 없네요...

  4. 그렇네요. 저 동아일보 중앙일보 직원들 너무 하네요. 2008/12/18 20:46 답글수정삭제

    ㅋㅋ 저래놓고 이런 댓글보고 기자보고 기자라고 안 했다고 사실 왜곡했다고나 하지 않을지 걱정됩니다. ㅋㅋㅋ
    아무튼 이래 저래 재밌는 나라에 살고 있어 너무 비참합니다.

  5. blue 2008/12/18 20:56 답글수정삭제

    얼굴 보고 뭐라 하면 안되지만 생긴게 범죄자형이군요.

  6. Laputian 2008/12/19 15:34 답글수정삭제

    돌아버리겠네요, 정말이지.

    아... 도대체가.

  7. 단군 2008/12/19 19:52 답글수정삭제

    저런 "님" 들도 기자랍시고, 참...웃기는 세상 입니다...

  8. 송준호 2008/12/23 22:14 답글수정삭제

    처음으로 이 블로그에 와서 글 잘 읽고 갑니다. 방학이라 지방에 내려온 대학생인데 이러한 일이 있는 줄 몰랐다는 게 솔직히 부끄럽습니다. '선생님 사랑해요, 꼭 돌아오세요'란 말에 눈물이 다 나려하네요...

  9. ■ 중앙일보 강기헌 기자님, 이렇게 기사 쓰면 매우 곤란합니다.

    Tracked from deutsch`s Web Cafe 2008/12/18 15:12

    (기사 URL : http://news.joins.com/article/3293077.html?ctg=1203) 글을 쓸때는 사실 관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자 생활 처음 시작했을때 배우지 않았습니까? 소설을 쓰는 것과 달리 논픽션 물들은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 첫번째입니다. 주관에 따른 해석을 하는 것과 달리 말입니다. 강 기자께서 무직이라 표현한 문모씨는 이번 조계사 피습 사건의 피해자 3명 중에서 가장 부상이 심각하고..

  10. 그들의 '거짓과 편법'은 왜 용인되는가??

    Tracked from Green Monkey Blog** 2008/12/18 18:31

    그들의 '거짓과 편법'은 왜 용인되는가?? 신간 <치팅컬처(Cheating Culture)-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를 읽어보자!! 치팅컬처 -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 원제 The Cheating Culture 데이비드 캘러헌 (지은이), 강미경 (옮긴이) | 서돌 볼품없는 딴나라 국회는 미쇠고기수입개방으로 예견된 한미FTA 비준처리 때문에 박희태가 말한 '해머'가 등장했고 / 내년 전국의 산하는 정부의 삽질 때문에 '공사판'이 될 판이..

  11. 동아일보 황규인 기자입니다.

    Tracked from kini's views 2008/12/21 06:55

    ※'기자의 눈'이 실리는 '오피니언' 면 아래 “사외(社外) 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하고 적혀 있습니다. 기자의 눈은 '사외 기고'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는 제 블로그고, 제 편집방향과 일치합니다. 며칠 동안 블로고스피어 그리고 매체비평 프로그램에서 신나게 까였더니 아직도 머릿속이 휑 합니다. 그래도 덕분에 유명해졌으니 이제 남들에게 '제가 그 선생님들 잘 잘렸다고 말한 그 기자입니다'하고 말하면 되는 건가요? 그럴..

  12. 최혜원 2009/06/18 14:58 답글수정삭제

    다음주 내로 황규인 기자와 명예 훼손으로 종로경찰서에서
    대질심문 진행 예정입니다.
    이 정도 전교조 비판은 다른 진보 매체에서도 다뤘다고 주장했다더군요.
    어떻게 해서든 사과 받아내고 돌아오겠습니다.
    멋진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해직교사 최혜원

    • hangil 2009/06/19 13:38 수정삭제

      와~ 최혜원 선생님께서 직접 방문 해주시고, 댓글까지 써주셨네요. ^^
      고맙습니다. 지난해부터 해직선생님들, 특히 당찬 최혜원 선생님을 뜨겁게 응원하고 있었답니다~ ^^

      황규인 기자를 고발하셨나보네요. 잘하셨습니다.
      근데 사과만 받으면 끝인가요?
      혹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같은 것은 안하시나요?
      그런 걸로도 본때를 보여주시면 좋겠는데... 동아일보 따위들이 그런 거 정말 좋아하잖아요~

      어쨌든, 좋은 결과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트랙백 주소 :: http://www.mediawho.net/264/trackback/
옵션
댓글 달기
블로그 이미지
Blog Image
미디어비평 블로그-미디어후비기

콧구멍에 코딱지가 앉았을 때, 코에 먼지와 온갖 잡것들이 쌓였을 때, 그래서 뭔가 찝찝하고 불편하고, 때론 숨쉬기가 힘들 때, 코 한 번 시원하게 후비고 큰 덩어리를 파내고 나면 가슴 속까지 후련함을 느낍니다. 방송을 보면서, 미디어를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뭔가 찝찝함', '뭔가 불편함', '뭔가 파헤쳐야 하는 궁금함'을 시원하게 후벼볼랍니다. 미디어, 누구나(who) 후벼팔 수 있습니다.

by hangil
프로필 버튼
프로필 상세보기
블로그롤 정보
2009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시사/비즈니스부문후보 엠블럼
구글 우수 블로거

카테고리

Calender

«   2010/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3082980
  • 255861
textcubeget rss
website counter 믹시

미디어비평 블로그-미디어후비기

hangil'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hangil [ http://www.hohkim.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