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7대 악법'을 막아내기 위한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총파업 투쟁이 1차로 마무리되고, 언론노조의 총파업에 가장 앞장섰던 MBC본부의 조합원들도 모두 자신의 일터로 돌아갔다.

언론노조 총파업 기간 동안 '미디어후비기'도 '관련 글만 쓰는 파업투쟁'으로 동참했다. 연말연시, 쓰고 싶은 주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온오프에서 언론노조 총파업을 함께 하느라 바쁘기도 했고 블로그 또한 '파업에 동참'하느라 쓰지 않았다.

가장 쓰고 싶었던게 연말 시상식 관련 방송이었는데, 블로고스피어 뿐만 아니라 각종 매체에서도 워낙 많이 씹었기 때문에 키보드질 하나 더 걸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그런데, 이제 파업도 마무리되고, 다시 평상시로 돌아가면서 MBC에 대해 하나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아니 더욱 구체적으로 하자면, MBC 예능프로그램 제작진, 그 중에서도 <명랑히어로> 제작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진행자들(김국진-윤종신-김구라-신정환)의 프로그램 진행 방식 좀 그만 울궈먹자는 거다.

수다떨기, 갈구기, 면박주기, 게스트 소외시키기, 막말하기, 사생활 들추기 등등등...

이들의 프로그램 진행방식은, 수요일 밤 '라디오스타'를 벗어나 토요일 밤 <명랑히어로>로 확산된지 오래고, 이들 4명 가운데 2명 이상이 함께 게스트로 나오는 프로그램에서까지 '라디오스타'식 독설과 막말과 갈구기가 판을 친다. 특히 김구라의 경우는 혼자 게스트로 출연하더라도 해당 프로그램을 '라디오스타'식으로 만들어버린다.

사실 '라디오스타'의 진행방식의 대부분은 김구라의 진행방식에 기대고 있고, 여기에 신정환이 김구라와 손뼉을 맞춰 웃음 코드를 극대화하는 편이다. 비록 김국진과 윤종신, 신정환이 '라디오스타'에서 나름의 캐릭터를 만들긴 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라디오스타'는 '4명의 김구라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들의 조합으로 거의 막장에 가까운 토크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예상 외로(나는 정말 예상 외였다고 본다..--;) 그걸로 나름 재미를 보게 된 거다. 그래서 이들을 <명랑히어로>에도 투입하고, <라라라>까지 만들게 되었다.

그런데, '라디오스타'야 어쨌든 별 기대도 없이 '싼 진행자 3명'에다가 '오랜만에 복귀하는 한물간 진행자 한 명'(물론 그 앞에 신동도 있었지만..)으로 시작해서, 그들의 입담과 재치로 '라디오스타'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만들었으니 그건 그대로 가더라도, 분명히 '라디오스타'와는 다른 소재로 다른 코드의 웃음을 줘야 할 프로그램에서마저 무작정 '김구라'와 '김구라 아류'들의 입담에만 기대는 건 문제가 아닐까?

사실 <명랑히어로>가 이들 4명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짜고 시작했을 때부터 이 문제를 의식했지만, 워낙 박미선이 중심을 잘 잡아줬기에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연말 <명랑히어로> 속의 한 코너인 '명랑독서토론회' 박진희 편을 보고서는 도저히 짜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12월 20일 방송됐던 당시 '명랑독서토론회'는 박진희가 <냉정과 열정 사이>의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쓴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소설을 들고 나와 이 책을 읽었는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은 언제인지' 등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있었다.

책의 제목이 '반짝반짝 빛나는' 이라고 해서 토크의 주제를 '내 인생에서 빛났던 순간'으로 잡은 것 자체가 단순하기 짝이 없는 허술함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을 '첫날밤'이라고 하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가질 않나, 김성주는 갑자기 박진희가 시상식 등에서 입은 노출 심한 드레스 사진을 출력해 돌려보질 않나.



물론 영화 <달콤한 거짓말> 홍보차 나왔겠지만 그래도 뭔가 책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려고 준비했던 박진희는 그야말로 꿔다놓은 보릿자루나 다름 없었다. 박진희를 제외한 6명끼리 시종일관 서로 떠들고 핀잔주고, 막말하고, 보는 시청자가 다 민망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이런 진행방식이 '라디오스타'에서는 분명 통할 수 있는거라 본다.
왜? 그렇게 시작해서, 그걸로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만들었으니깐. '라디오스타'에 나오는 게스트들은 진행자들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무안함을 감수하고 나온다. 하지만 <명랑히어로>, 그것도 '독서'를 주제로 한 코너에서까지 이런 방식을 울궈먹는 건 정말 아니다.


         (박진희 편이 방송된 직후 '명랑히어로' 게시판에는 비판 글이 넘쳐났다)

물론 <황금어장>과 <명랑히어로>의 제작진이 다르긴 하지만, 이건 단순 자기반복, 복제에 불과하다. <명랑히어로> 는 '라디오스타'의 유사복제품인 것이다.

하여, 이제 파업을 끝내고 제작현장으로 돌아간 MBC 예능국 관계자들께 부탁하고 싶다.

<무한도전> 잘나가는 거 좋고, <황금어장> 잘 되는 것도 좋다. 시청자로서 정말 재밌게 본다. 그
런데, 교통정리 좀 합시다.
특히 <명랑히어로>의 정체성을 좀 차별성있게 만들 수 있는 고민 좀 많이 해주세요.
그리고 김구라를 어디서 어떻게 쓸 건지, 정리 좀 합시다. 무작정 데려다놓고, '그래 너 하던대로 떠들어라'라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처럼 보이는 건 좀 아니잖아요.


  1. 주스오빠 2009/01/09 19:27 답글수정삭제

    저는 개인적으로 두번살다 이전의 명랑히어로 포맷이 참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이젠 안하니까 좀 유감이네요.

  2. 구라 2009/01/09 23:09 답글수정삭제

    김구라한테 뭐라고 그러지 마삼
    얼마나 속시원한데
    요즘 쇼오락 최고의 진행자는 김구라!!

  3. 야짐히라 2009/01/10 00:28 답글수정삭제

    저는 김구라 스타일을 좋아해서 -:) 이런 스타일도 괜찮은데..

  4. 김구라땜에 보는데.. 2009/01/10 01:55 답글수정삭제

    재밌기만하더만..

  5. 집앞카페 2009/01/10 05:40 답글수정삭제

    완전공감합니다.. 박진희 씬 편 정말 짜증났었어요.. 뭐 하는 건지 원.. 책 얘기는 못하고..

  6. Ehue 2009/01/10 07:45 답글수정삭제

    재미는 죽었고 볼거리는 제로인 프로그램으로 떨어진 ㅜㅜ
    초반에 꼭 챙겨봤는대 지금은 너무 재미없어서 부끄러워졌내요 ;

    • hangil 2009/01/12 09:59 수정삭제

      '이봉원 회고록'은 디게디게 재미나더군요~
      근데, 그게 김구라, 윤종신 등 명랑히어로 진행자들 덕이 아니라 최양락, 이봉원 등의 입담이 너무 재미나고, 이들 대선배한테 김구라 등도 말 끊거나 하지 못하고 내버려둘 수밖에 없으니 더 재밌더군요~ ^^

  7. 시장만능 2009/01/10 10:23 답글수정삭제

    박진희가 참 예의바르다는 생각을 한 시간이었습니다. 독서라는 주제와 어울리지 않은 진행이어서 인상을 지푸렸던것은 사실이었죠 , 참 애정많은 라디오스타 식구들이지만 프로그램에 따라서 변화를 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면 훨씬 성장해 가는 기회가 될것 같은데요

  8.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2009/01/10 12:20 답글수정삭제

    예전 포맷이었던 시사와 예능을 접합시켜 대한민국을 돌아보며 토론을 하던 포맷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늦은 시간이더라고 꼭꼭 챙겨보았는데.. 무슨 장례식을 하더니...완전히 막장 프로가 되더군요... 명랑히어로 정신차리고 개념있었던 포맷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 하루 2009/01/10 15:01 수정삭제

      동감입니다 그땐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 hangil 2009/01/12 10:02 수정삭제

      제가 생각컨대, 명랑히어로가 내세울 수 있는 1번이 님이 말씀하신 부분인데... 그게 지금 거의 희미해졌고..

      그 다음 2번은 토크 과정에서의 재미인데, 이건 뭐 라디오스타나 야심만만이나 놀러와나 다 하는거니깐...

      그래서 명랑의 차별성이 없어지는거라고 보이네요..

  9. 1 2009/01/10 12:47 답글수정삭제

    명랑히어로 관심 끊은지 오래됐지요

    요즘은 김구라,신정환 나오는 프로는 그냥 스킵해버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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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에 코딱지가 앉았을 때, 코에 먼지와 온갖 잡것들이 쌓였을 때, 그래서 뭔가 찝찝하고 불편하고, 때론 숨쉬기가 힘들 때, 코 한 번 시원하게 후비고 큰 덩어리를 파내고 나면 가슴 속까지 후련함을 느낍니다. 방송을 보면서, 미디어를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뭔가 찝찝함', '뭔가 불편함', '뭔가 파헤쳐야 하는 궁금함'을 시원하게 후벼볼랍니다. 미디어, 누구나(who) 후벼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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