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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이 M본부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나온다고 한다.
이미 녹화는 끝냈고, 3월 12일 방송될 예정이라고 한다.

논란이 구구하다.

결론부터 말하자. 

나는 정치인이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별 거부감이 없다. 국회의원이든, 청와대 사람이든, 장관이든, 방송에서 진솔한 모습을 보일 수 있고, 대중들과 서스럼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고, 그런 현상은 전혀 나쁠 것이 없다고 본다. 더구나 '무릎팍도사'는 얼마든지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낼 수 있는 탁월한 토크프로그램이 아닌가. 따라서 김 부대변인 역시 '무릎팍도사'에 출연할 수 있다.
(참고글 : '엄홍길 편 '무릎팍도사', 색다른 '인터뷰 프로그램' 가능성을 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김 부대변인의 이번 '무릎팍도사' 출연은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 판단한다. 이유는 딱 하나! 지금은 김 부대변인이 '무릎팍도사'에 나올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이 아닌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불과 한 달도 전에 불쑥 사표 내고 청와대로 달려갔던 사람이 '기자' 혹은 ‘앵커’가 아니라 '청와대 부대변인'의 자격으로 자기가 일했던 방송사에 와서, 그것도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 16년간의 소회를 밝힌다? 매우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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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무슨 장난인가? 자기가 도대체 뭔데, 마음대로 사표 쓰고 나갔다가, 한 달도 안 되어 ‘친정 방송국’에서 무슨 말을 한다는 건가? ‘무릎팍’ 측에서 정치인으로라기보다는 ‘인간 김은혜’에 초점을 맞춘단다. 김 부대변인도 “정치적인 얘기는 하지 않았”단다. 역시 개념이 없다. 정말 실망스럽다. 김은혜 씨가 이 정도로 개념없는 사람인지 정말 몰랐다.

김 부대변인은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내정됐을 때도 “저는 정치를 하러 가는 게 아니라 위로받아야 할 사람에게 빛과 소금이 되려고, 기자의 연장선상에서 '퍼블릭 서비스'를 결심했다”며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홍보직 서비스 분야를 한 번 해보고 싶은 꿈을 갖고 있어서” 부대변으로 가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권력의 핵심, 정치의 중추인 청와대에, 그것도 권력활동과 정치활동의 모든 것을 ‘홍보’하고 ‘대변’하는 일을 하러 가면서도 “정치하러 가는 게 아니다”고 말할 때부터 그 동안 나름 김은혜 기자 혹은 김은혜 앵커에 가지고 있던 호감을 싹 지운바 있지만, 정말 개념이 없다.

김은혜 부대변인이 아무리 정치 얘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그의 말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음을 모를까? 아무리 일상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가 기자 시절, 앵커 시절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샀던 이미지를 ‘무릎팍도사’에서 재연한다면, 그것이 곧 ‘이명박 정부’의 홍보가 된다는 사실을 정녕 그는 모를까?

김은혜 부대변인은 청와대에 가면서 ‘홍보’를 통한 ‘퍼블릭 서비스’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것이 브리핑을 충실하게 하는 게 아니라 기껏 오락프로그램의 인기에 올라타 자신을 알리고 정부를 홍보하는 건가?

그가 기자로서 앵커로서 쌓았던 경력과 이미지를 다 벗고, 청와대 부대변인이라는 자리에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나간다면 얼마든지 ‘무릎팍’이든 어디든 출연할 수 있다. 그때는 시청자들도 그가 기자였던, 앵커였던 시절보다 부대변인으로 활약하며 보인 모습들을 우선 평가하며 그를 바라볼 수 있을테니깐.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김은혜 부대변인 ‘무릎팍’ 출연은 그저 대중들에게 호감을 샀던 방송인이 그 호감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에게 인기있는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를 홍보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둘째, 지금 이 시점이, ‘청와대 부대변인’이라는 사람이 한가하게 TV 오락프로그램에 나와 개그맨과 시시껄렁한 말이나 주고받을 시점인가?

초대내각이 ‘부자내각’, ‘고소영 내각’, ‘강부자 내각’이라는 세간의 비난이란 비난은 다 뒤집어쓰고, 그 중 3명이 이미 날라간 상태에다, 또 다른 한 명도 목이 간당간당한 상태다. 자중하고 또 자중해서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을 다시 정교하게 가다듬어도 모자란 시점 아닌가? 김은혜 부대변인은 지금 ‘무릎팍’에 출연할 게 아니라 같이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는 박미석 사회정책 수석을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지 여론을 듣고, 그에 걸맞는 해답을 내도록 머리를 모아야 할 게 아닌가? ‘청와대 부대변인’ 자리는 그런 건 아예 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인가? 그냥 ‘청와대 앵무새’면 되는 건가?

이명박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물가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그만큼 새 정부가 출발하자마자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말도 못하게 어려워진 상태인데, ‘청와대 부대변인’이라는 사람이 한가하게 오락프로그램에나 나온다고?

지금은 이명박 정부 사람들이, 청와대 사람들이 오락프로그램에 나와 무슨 말을 할 때가 아니다.
이것이 김은혜 부대변인의 ‘무릎팍’ 출연을 반대하는 이유다.
하나만 덧붙이자. MBC에 대해...

이런 상황에서 김은혜 출연을 결정하고 이 시점에 밀어붙인 MBC, ‘무릎팍도사’는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MBC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날 보도특집으로 만든 <국민을 섬기겠습니다>라는 프로그램으로 이미 구설수에 올라 있다.

이제 엄기영 씨가 새 사장으로 MBC를 이끌게 되었는데, 청와대 부대변인을 오락프로그램에 모시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하는 건가? 이것이 엄기영 새 MBC 사장이 말하는 ‘MBC의 공영성’일까?

부적절하다. MBC는 이미 녹화된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의 방송은 철회하는 게 옳다. 놔뒀다가 총선 지나고, 이왕이면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쯤 됐을 때, 방송하면 딱 적절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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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읽어볼만 한 글

<김은혜 부대변인 출연 ‘무릎팍도사’, 신중한 방영결정을 촉구한다>(민언련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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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항쟁이 있은 지 20주년을 맞이한 올해, 방송에서도 6월 항쟁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그 중 6월 9일 방송된 KBS <미디어 포커스> ‘각하, 만수무강하십시오!’ 편은 여러 모로 눈길을 끌었다. 이 방송은 87년 6월 항쟁으로 전두환이 쫓기듯 권좌에서 물러난 뒤 보안사로부터 KBS에 이관된 영상자료를 통해 방송들이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철저하게 군사독재세력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했던 적나라한 실상을 담았다.
  
  


  “나중에 전두환 대통령 기념관 만들 때까지 보관을 해 달라”며 KBS에 맡겨졌다는 이 영상자료에는 12.12 쿠데타가 발생한 지 불과 일주일 후 MBC가 인기 연예인을 동원해 쿠데타 세력 위문공연을 펼쳐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으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모습, 5월 광주를 총칼로 무참하게 짓밟은 뒤 전두환이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가 피냄새가 가시기도 전인 6월 19일 연 파티에 TBC(동양방송) 관현악단이 동원돼 연주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밖에 전두환의 해외순방 생중계 영상과 ‘대통령 찬양 특집 프로그램’을 별도의 테이프로 특별 제작해 ‘MBC 보도국’ 명의로 전두환에게 ‘진상’한 영상자료, ‘땡전뉴스’에만 그치지 않고 이순자의 동정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충실히 전한 뒤 그 뉴스들도 따로 묶어 ‘상납’한 영상자료 등 독재권력에 아부굴종한 방송사들의 수치스러운 과거 모습이 수두룩했다.
  
  자,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이 글이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정치권력과 방송’의 관계를 되짚어 보는 내용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부분은 <미디어 포커스>가 6월 16일 6월 항쟁 특집 2편 ‘하늘이 내리신 대통령’을 방송한 만큼 <미디어 포커스> 제작진들에게 맡기고,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80년대에는 정치권력과 야합해 국민들의 알 권리와 민주화에 대한 소망을 저버리고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었던 ‘참 나쁜 방송’이 지금에 와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쁜 방송’을 거듭하고 있는 지 비교할만한 흥미로운 사례가 80년대 영상자료 중에 있었다.
  
  장면1) 1982년 1월 18일 청와대
  청와대 비서실과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준비한 전두환의 51번째 생일 축하 깜짝 파티가 열렸다. “갑작스럽게 즐거움을 드리려고” 이순자가 전두환을 몰래 기자단이 마련한 자리로 데리고 와 이뤄진 행사였다. 그런데 이날 행사에 MBC 카메라와 제작인력이 동원됐다. MBC는 이날 ‘전두환 깜짝 생일 파티’의 이모저모와 ‘각하’와 ‘영부인’의 말씀을 고스란히 담아 ‘MBC보도국’ 명의로 <萬壽無疆(만수무강) 51회 생신>이란 제목을 달아 전두환에게 바쳤다.
  
△82년 1월 18일 MBC 보도국이 촬영, 제작한 '대통령 각하 51회 생신 비디오'의 한 장면 ⓒ미디어오늘

  이순자가 “그런 것 찍지 말아요”라고 말하자 제작진은 “보도용이 아니라 보관하시도록 비디오에 담는 겁니다”라고 답하고 계속 촬영한다. 영상에는 “생신을 맞이해서 각하 내외분 만수무강과 각하 영도 하에 이룩될 우리 조국의 무궁한 번영을 축원하는 뜻에서 건배 건의 드리겠습니다”라는 ‘전두환 팬 집단’의 낯 뜨거운 찬사도 고스란히 담겼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장면2) 1986년 6월 16일을 전후한 청와대 및 모처
  1986년 6월 16일 전두환 장녀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결혼식에는 KBS 카메라가 적어도 2대 이상 동원돼 결혼식 모습을 입체적으로 촬영했다. 뿐만 아니라 함 들어오는 날, 신랑 친구들이 함을 지고 오는 모습과 이순자가 그들에게 “우리 큰아이한테 칙사대접 하라고 부탁해봤는데 혼내줘야 되겠네”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모습, 그리고 전두환이 술이 거나하게 취해 비틀거리며 좌우의 부축을 받고 “한 잔 더하고 갈까?”라고 말하는 모습 등 전두환 일가의 내밀한 사생활도 담고 있다. 여기에 신랑, 신부의 야외 사진촬영 모습까지 공영방송 KBS는 전두환 일가 대소사의 처음과 끝을 촬영, 편집 및 테이프 제작까지 마무리해 바치는 ‘무보수 비디오 기사’ 노릇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것 역시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전두환 일가 대소사나 연예인 대소사나
  
  <연예가중계>, <생방송 TV연예>, <섹션TV 연예통신> 등 방송3사 연예정보프로그램에 매일같이 등장하는 ‘스타’들의 생일파티, 결혼식 등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는 요즘 방송과 이 영상에 등장하는 장면은 거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5월 한 달과 6월 초에만 윤다훈, 하리수, 심혜진, 김승환, 손미나 등의 결혼식 모습이 이들 프로그램에서 소개됐고, 박경림은 ‘결혼할 예정’이라는 발표만으로 이들 프로그램의 아이템이 됐으며, 축구선수 김남일과 아나운서 김보민의 ‘극비 약혼식’ 소식은 이들로 인해 ‘극비’가 될 수 없었다. 이밖에 ‘누가 누구와 사귀었다더라’ 또는 ‘헤어졌다더라’는 소식과 ‘2세 출산’ 등 연예인들의 대소사는 이들이 경쟁적으로 챙기는 단골 메뉴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방송3사 연예정보 프로그램에는 매일같이 '스타'들의 생일, 결혼식 등 대소사가 등장한다.

  80년대 전두환 일가의 대소사를 챙기는 방송이나 90년대~2000년대 연예인의 대소사를 챙기는 방송이나 모두 자발적이다. 그리고 그 자발성은 시청자들의 요구나 알 권리, 이익과는 무관하게 방송사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데서 비롯된다. 그리고 다른 점은, 80년대에는 군부정권의 폭압정치가 두려워 그 속에서 살아남고 출세하려는 생존본능과 기회주의적 속성으로 절대 권력자의 사생활을 담았다면, 지금은 시청률 경쟁 속에서 광고로 대변되는 자본의 요구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담고 있다. 물론 80년대 영상은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도 다르다. 하지만 ‘땡전뉴스’와 민주화 세력에 대한 온갖 ‘왜곡보도’ 등 권력에 잘 보이려는 방송사의 일관된 태도에서 ‘진상용 테이프’가 나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결정적 차이가 하나 있긴 있다. 80년대 영상은 지금이라도 공개돼 지난 역사를 반추하고 거울로 삼을 수 있는 반성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사료’의 구실이라도 하지만, 연예정보프로그램들이 매일 같이 담아내는 연예인 사생활은 무엇을 위해 다시 쓸 수 있을까? 길이 남을만한 대스타 관련 자료 외에는 죄다 ‘쓰레기’와 뭐가 다를까?
  
  연예인 사생활, 시청자에게 그렇게 중요해?
  
  같은 점 또 하나, 80년대 방송사 카메라에 자신의 대소사를 노출시킨 전두환이나 지금 방송사 연예정보프로그램에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시키는 연예인이나 모두에게 득이 되면 득이 되지 해가 될 건 없다는 점이다. 전두환은 자신의 대소사를 일일이 챙기고 테이프로 특별 제작해 보내오는 방송사를 보며 자신이 가진 권력의 단맛을 즐겼을 것이고, 연예인들은 자신의 결혼 발표에, 연애소식에, 출산 소식에 하이에나처럼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는 방송사를 보며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고, 그로 인해 다시 대중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음에 ‘좋아라’ 할 것이다.
  
  혹자는 ‘대중들이 연예인들 사생활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데 뭣도 모르면 입 닥쳐라’고 말할 수도 있다. 특히 이들 프로그램 제작진이라면 십중팔구는 그럴 것이다. 바로 그 점에서 ‘연예인정보’프로그램은 더욱 질 나쁜 프로그램이 된다. 연예인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은 누가 불러일으킨 것인가. 대중에게 연예인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그들의 삐까뻔쩍한 결혼식에 대중들의 동경을 자아내게 만드는 등 끊임없이 시청자들을 한없이 가벼운 이야기에 목매달게 만든 것은 대중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바로 방송 제작진 자신들의 필요에 따른 요구였을 뿐이다. 이들이 끊임없이 사생활을 들춰낼수록 대중들은 더욱 강도 높은 사생활에 길들여져 갈 수밖에 없다.
  
  지난 2003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여론조사기관 '인사이트리서치'에 의뢰해 연예오락프로그램 제작자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시청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연예오락프로그램 장르’로 제작자들 중 가장 많은 36%가 ‘연예정보프로그램’을 꼽았다. 당시 제작진들은 ‘연예인 신변잡기’를 좋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평가한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2003년과 비교해 연예정보프로그램의 문제가 커졌으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았다.
  방송은 이미 연예인의 있는 그대로의 사생활을 담아내는 것도 부족해 그들의 사생활을 조작해 보여준 지 오래다. 가장 최근의 사례 하나만 살펴보자.
  
  ‘이경규 몰카’는 나쁜방송의 전형
  
  지난 6월 3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는 김제동을 속였다. 설정은 이렇다. 서울 D대학에 겸임교수로 있는 개그맨 이윤석이 친분 있던 김제동을 ‘특강 강사’로 초빙한 것. 입담과 재치가 좋은 김제동은 평소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강사였고, 이날도 ‘대중 앞에 서는 법’을 주제로 2시간짜리 강연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경규와 제작진은 '가짜 D대 학생’들로 청중을 채우고, 강의 도중 ‘가짜 시위학생’들을 동원해 ‘학교 식당 개선과 관련해 발언할 기회를 달라’는 말로 김제동을 당황하게 만들고, 급기야 ‘가짜 시위학생’과 ‘가짜 청중’ 사이에 싸움을 불러 일으켜 강연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이날 ‘몰래카메라’의 초점은 착하기로 소문난 김제동이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여부.
  
  
△몰래카메라는 애초 의도부터 납득하기 힘들뿐더러 설정에서 진행과정까지 '참 나쁜 방송'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날 ‘몰래카메라’는 애초 의도부터 납득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설정에서부터 김제동을 속이는 과정 전반에 이르기까지 한 마디로 ‘참 나쁜 방송’의 전형을 보여줬다. 딱 2가지만 지적해보자.
  
  첫째, ‘몰래카메라’ 제작진과 이경규는 김제동이라는 한 사람을 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오로지 자신들의 프로그램 시청률 높이기의 ‘도구’로 ‘사용’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한 강연을 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던 김제동은 강연이 진행될라치면 강의실로 들이닥치는 ‘가짜시위학생’들로 인해 계속 강연을 끊을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황당함을 겪어야 했다. “강의 전에 말을 했다면 모르지만 강의 중에 시간을 내는 것은 사회자로서의 도리도, 학생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면서도 “저 학생들도 학교에서 학생들의 권익을 위해 애쓰는 학생들이다.
  
  강의가 끝난 뒤, 저 학생들이 다시 들어오면 이야기를 경청해 달라”며 품격 있는 태도를 보인 김제동이지만 ‘기어이 김제동의 화를 북돋우고야 말겠다’는 제작진의 계속된 수준 이하의 방해공작으로 인해 “제가 무릎을 꿇을게요. 나가주세요”라며 ‘가짜 시위학생’들에게 무릎을 꿇을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몰래카메라에 비춰진 김제동의 얼굴에는 방송 내내 진땀이 ‘줄줄’ 흘렀고, 보는 이들 또한 재미와 즐거움은커녕 안쓰러움과 불편함만 느낄 뿐이었지만 숨어서 그 광경을 보는 이경규의 모습은 줄곧 희희낙락이었다. 이날 방송은 육체적 가학 그 이상의 정신적 고통을 김제동에게 안겼고, 바로 그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김제동의 모습을 시청률의 도구로 삼은 것이다. ‘대통령에게도 마이크를 주지 않는다’는 김제동, 그가 강의를 위해 준비했던 시간은 방송을 앞세운 선배 연예인의 ‘폭력’에 무참히 짓밟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둘째, 이경규와 제작진은 방송이라는 거대권력이 ‘재미’삼아 묘사하는 어떤 설정으로 인해 누군가가 입을 피해에 대해 최소한의 ‘기본개념’조차 가지지 못했다. 이날 ‘가짜시위학생’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무개념’의 극치를 보여줬다. 아무리 학생운동이 쇠퇴일로에 접어들었다 하더라도 교수(강사)에게 아무런 사전고지 없이 막무가내로 들어와 ‘발언시간을 달라’며 떼쓰고 이에 항의하는 학생들과 주먹질을 벌이는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이경규와 제작진은 이 방송으로 시청자들이 이른바 ‘운동권 학생’들에 대해 가질 편견과 이로 인한 운동권 학생들의 상처 따위는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이경규는 지난 3월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요즘은 오락에서 자꾸 의미를 찾으려 한다”며 “오락물은 오락다워야 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몰래카메라’가 오락답고 즐거움을 준다고 여전히 생각한다면 당장 시청자 게시판에 들어가 보길 바란다. ‘몰래카메라’와 이경규를 비난하는 수십 건의 시청자 의견을 읽는다면 자신의 말에 책임지고 당장 ‘몰래카메라’의 문을 닫는 것이 마땅하다. 차라리 그 시간에 ‘김제동 특강’을 방송하는 편이 훨씬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여 년 전 독재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만 믿어라’고 했던 방송은, 2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상업주의와 시청률의 굴레에 스스로를 묶고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대로 즐겨라’고 강요하고 있다. 그 같은 ‘나쁜방송’들에게서는 최소한의 인권에 대한 개념도 ‘대중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존재’라는 인식도 찾을 수 없다. 20년 전이나 20년이 지난 지금이나 방송을 보며 똑같이 화가 나는 이유다.


(이 글은 '월간 말' 2007년 7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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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무릎팍도사'를 일부러 챙겨보지 않는다.
한창 '무릎팍도사'가 특유의 직설적이고 과감한 질문과 답변으로 기세를 올릴 때는 그 재미가 적지 않아 수요일 밤이면 일부러 채널을 맞춰두고 봤지만, 언젠가부터 '무릎팍도사'가 식상해졌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산으로 올라가는 것도 더 이상 신선하지 않고, 'Battle Without Honor of Humanity'가 흐른 뒤 "액션"과 함께 이야기되는 한 마디도 '남발'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으며, 온갖 자막으로 눈을 산만하게 만드는 것도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강호동과 연예인 패널이 마치 경쟁하듯 주고 받는 대화가 더 이상 '무릎팍도사'가 초기에 보여준 과감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이전 연예인 토크쇼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을 보여주던 것에서 후퇴하고 다시금 신변잡기에 매달리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제(6월 20일) 밤 우연찮게 TV를 켰더니 마침 '무릎팍도사'가 시작하고 있었다. 잠깐 '채널을 돌릴까'라는 생각을 하며 리모콘을 들려는 순간, 생뚱맞게도 '무릎팍도사'에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출연한 것을 발견했다.


'어라, 왠 엄홍길?'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 사람을 불러 놓고는 무릎팍도사가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함 지켜보자'는 맘으로 TV 앞에 자세를 잡았다.


결론부터 말하자.

어제 '무릎팍도사'는 한 동안의 식상함과 그로 인한 '무릎팍도사'의 위기를 단 번에 날려버리는 방송이었다. 유명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잡을 수 있는 '토크'가 가능함을 보여줬고, '무릎팍도사'가 기존 토크쇼 프로그램의 한계를 넘어선 프로그램에서 '색다른 인터뷰' 프로그램으로 또 다른 질적 변화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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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 대장을 만나기 위해 네팔 히말라야로 날아간 제작진은 해발 2000m가 넘는 히말라야의 어느 '산장(?)'에서 엄 대장과 함께 무릎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눴다.


엄 대장은 지난 5월 31일 로체샤르 정상(해발 8400m)을 오르면서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좌 등정을 기록한 바 있다. 3~4차례 실패는 물론 한 번은 함께 산을 오르다 동료 두 명을 잃기도 했지만 끝내 히말라야 여러 봉우리 중에서 가장 험하다는 그래서 이른바 '신의 영역'으로 불리는 로체샤르의 정상에 오른 '의지의 사람'이다. 이번에도 함께 로체샤르를 등정한 엄 대장의 후배들 중 한 명은 동상으로 한 명은 설맹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런 엄 대장을 만난 '무릎팍도사'는 여느 교양 프로그램이나 전문 인터뷰 프로그램에서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엄 대장의 진솔한 모습, 그리고 여유로우면서도 유머러스러한 모습,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인간미를 이끌어냈다.


로체샤르를 등정하면서 입은 등산복과 배낭, 그리고 그 배낭 안에 든 물건들을 소개하는 엄 대장의 이야기에서 시청자들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사람의 힘든 준비 과정을 엿볼 수 있었고, 급기야 배낭 윗부분에 항상 보관했다던 죽은 후배 사진을 보여줄 때는 말 그대로 생사고락을 함께 한 '산(山) 사람'들의 의리와 서로에 대한 사랑이 무엇인지 그 일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무릎팍도사' 측에서 '선물'이라며 병원에서 '회복'하고 있는 대원들을 담아 준비해 간 영상을 엄 대장에게 보여주고 한 대원이 "대장님 빨리 돌아와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합시다"고 인사하자 말을 잊지 못하며 감동하는 엄 대장의 모습은 그 자체가 시청자들에게도 그대로 전이되었다.


무려 70~90도 이르는 직각의 빙벽을 25시간 동안 오르며 잠을 잘 때도 줄에 매달려서 자고, 용변을 볼 때도 줄에 매달려 영하 30~50도에 이르는 혹한에 몸을 드러내고 봐야 한다는 생생한 엄 대장의 증언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은 인간의 힘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며 "아무리 준비를 잘 해도 산이 허락하지 않으면 오를 수 없다"고 말하는 엄 대장, "제가 체력을 보강한다면 산을 정복할 수 있을까요?"라고 철없는 질문을 던지는 강호동에게 "인간이 어떻게 자연을 정복하느냐?"며 "잠시 그 곳을 빌릴 뿐"이라고 진지하게 답하는 엄 대장의 모습은 치열한 경험을 겪고 그 모든 것을 자신의 몸과 마음에 체화시킨 사람만이 품어낼 수 있는 진정성을 시청자들 역시 가슴 깊이 느끼도록 했다.


물론 많은 시청자들의 감동을 자아낸 이 날 '무릎팍도사'는 전적으로 엄홍길 이라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엄홍길 대장에게서 진솔한 모습을 끌어내고 시종 부담감없는 분위기에서 유머를 곁들이다가 진지한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그래서 시청자들의 감정을 더욱 깊이 자극할 수 있었던 것은 '오락프로그램 토크쇼'로써의 '무릎팍도사' 그리고 그 간판인 강호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이더라도 제대로 된 형식이 갖춰지지 않고 맘껏 펼친 판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전해지기 힘들다. 이번에는 엄 대장의 좋은 이야기가 '무릎팍도사'라는 판을 통해 제대로 펼쳐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릎팍도사'의 이런 방송은 엄홍길 편에서만 그쳐야 할까?


아니다. 우리 사회에 어디 엄홍길 대장같은 사람이 한 두명이겠는가? 굳이 유명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삶을 통해 진정어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그러면서도 시청자들이 큰 부담없이 들을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적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무릎팍도사'가 유명 연예인에 안주하지 않고, 출연자 발굴에 더 큰 노력을 가한다면 '무릎팍도사'는 얼마든지 '색다른 인터뷰' 프로그램으로도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바로 그런 가능성을 이번 엄홍길 편이 보여줬다는 것. 이는 '무릎팍도사' 제작진이나, MBC에게는 물론, 무엇보다 시청자들에게 아주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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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홍길, 이덕화의 이명박 지지에 대한 잡생각

    Tracked from 미디어후비기  삭제

    엄홍길 대장이 출연했던 '무릎팍 도사' 두 편을 두고 시청자들의 평도 좋고, 각 매체의 평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나도 "엄홍길 편 '무릎팍도사', 색다른 '인터뷰 프로그램' 가능성을 열다"며 평가한 바 있다. 많은 시청자들은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엄 대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 찡한 감동을 전해 받았으며, 기분 좋은 웃음도 선사받았다. '무릎팍 도사'로 인해 엄 대장의 인기도 높아지고, 대중들의 관심도 커졌다. 그런데, 이렇게 지상파 방송을..

    2007/06/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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