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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휴 동안 72시간 릴레이 촛불시위를 성대하게,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광우병 대책회의 추산, 3일 동안 70여만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고 합니다.

이제 시청광장과 청계광장, 광화문 일대는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와봐야 할 공간으로 자리 잡은 듯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자리에 오지 못하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내일, 87년 6.10 항쟁 21주년이 되는 내일 6월 10일 100만의 촛불대행진이 서울시청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지게 됩니다.

100만이라...100만이 모인다면, 시청광장이 다 담을 수도 없겠지요. 저 아래, 남대문을 거쳐 서울역까지, 저 위로, 이순신 장군 동상을 을 지나, 세종문화회관을 지나, 광화문까지, 저 옆으로 종로 종각까지,
또 옆으로는 정동을 지나 서대문까지... 그야말로 촛불의 거대한 바다가 펼쳐질 것입니다.

그 동안 바빠서 한 번 발걸음을 하기 힘들었던 분,
뭐 나 하나쯤 안가도 되겠지 했던 분,
뭐, 거리에까지 나가야 될까 했던 소심한 분,
모두모두 나오세요.

미국산 쇠고기 진짜 개방하면 안돼 했던 분들도 한번 오셔서 역사가 만들어지는 자리를 한 번 보시기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 시청 광장에서 모두모두 만납시다!!

국민의 힘으로, 우리 시민들의 힘으로,
오만한 이명박 정부,
국민 알기를 발가락에 낀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
이명박 정부를 심판합시다!!

어제 새벽 '쇠파이프'가 나왔다고, 정부도, 조중동도 난리입니다.
100만이 모여 비폭력 평화행진을 펼친다면,
쇠파이프 따위 없어도 짱돌 따위 없어도
우리는,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습니다.

폭력이 우려되시는 분들일수록 더 나와서 '비폭력'을 외쳐주십시오!!
우리는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자율규제'니, '30개월 이상만 수입하지 않으면 된다'니 하는
헛소리가 쏙 기어 들어가게,
하여, 마침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재협상을 이뤄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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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난리입니다. 평화롭던 집회가 도로로 진출했다고 ‘불법’으로 변질됐다고 합니다.

순진한 시민들이 그랬을 리 없다, 배후를 색출하라!

검경 합동대책회의에서 ‘불법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국정원까지 참여했다지요.
조중동도 입을 맞춥니다. 중앙일보는 이번 일을 제대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새 정권의 법 집행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합니다. “불법시위에 강력히 맞서야 한다”며 “법에 허용된 대응수단은 아낌없이 활용해 공권력의 권위를 세워야 한다”고 합니다. ‘아낌없이’.

그러면서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반대’, ‘광우병 소 반대’만 외치던 지금까지의 집회가 ‘반정부 투쟁’으로 ‘정치적 집회’로 변질되었다고도 합니다.

“집회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주장뿐 아니라,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대운하 건설 반대’ 등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을 규탄하는 구호들이 나와, 반 정부 시위 성격을 강하게 드러냈다.”(조선일보)

“검찰과 경찰은 시위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구호가 전면에 나타난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중앙일보)
“정치구호 제창과 돌발적인 집단 이탈 행위는 문화제의 성격에서 벗어난다”, “촛불문화제에서의 건전한 토론과 문화행사는 보호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화제가 특정 목적을 위한 정치집회로 변질되는 것까지 용인될 수는 없다.”(중앙일보 사설)

“문제화 성격의 촛불집회는 주말을 기점으로 정치적 성격이 짙어졌다. ‘정권 타도’를 주장하는 정치 구호가 자주 나왔다. 정치 구호는 24일 집회에서 ‘이명박은 물러나라’ ‘청와대로 쳐들어가자’는 함성과 함께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동아일보)
“집회에 반정부 좌파세력이 본격 가담하고 수백 명이 청와대로 쳐들어가겠다며 경찰에 맞서 새벽까지 수도 한복판에서 불법 시위를 벌인 것은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어서는 일탈이다. 과연 이들이 국민 건강을 염려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려고 거리에 나선 순수한 시민뿐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동아일보 사설)


도대체 무엇이 ‘반정부’와 ‘친정부’를 나누는 기준이며, 또 무엇이 ‘정치적 구호’와 ‘비정치적 구호’의 기준이 되는 것입니까?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시위와 구호에다 ‘반정부’, ‘정치적’ 이란 딱지를 붙인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반대를 외쳐 온 촛불문화제는 처음부터 ‘반정부 투쟁’이었고, 정치적 구호가 만발한 정치행사였습니다.
만약 정부와 조중동이 ‘광우병 소를 먹기 싫다’는 국민여론이 처음 불거졌을 때, 이를 두고 ‘웰빙(참살이)’을 위한 시민들의 단순한 요구로 받아들였다면 이는 대단한 착각입니다. ‘국민 건강권’을 이야기하는 데 그걸 두고 ‘우리 건강하게 만들어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면 큰 오산입니다. 아니 그렇게 가볍게 받아들였기에 그토록 쌩 깠던 것일까요?

무릇 정부를 향한 대중들의 요구는 언제나 정치적이었습니다. 그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꼴통짓, 닭짓만 반복한다면 여지없이 ‘반정부 투쟁’으로 나아갔습니다. 지난 시기 한국의 역사를 만들어 온 지난한 투쟁들은 언제나 ‘정치적’이었고, 때론 격한 ‘반정부 투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어느 때 ‘비정치적’인 구호가 나왔던 적이 있나요?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되자 우리 백성들이 들고 나온 구호는 ‘대한독립만세’라는 자축의 구호와 ‘자주독립국가 건설’이라는 당시 절체절명의 민족적 과제를 담은 것이었습니다. 이게 ‘비정치적’으로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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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해방 당시 거리에 나온 조선 사람들)

1960년 4월 19일, 이승만 독재정권에 저항해 있어났던 혁명의 시기, 민중들의 구호는 ‘독재 타도’, ‘부정선거 규탄’, ‘민주정부 수립’이었습니다. 이것이 ‘친정부 투쟁’으로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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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당시 '민주주의'를 들고 나온 고등학생들. 출처-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970년대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에 항거한 사람들이 목말라 외쳤던 것은 ‘민주주의 만세’였습니다. ‘삼선개헌 반대’였고, ‘긴급조치 철폐’였습니다. 이 구호들에다 대고 ‘정치적’이라며 딴지를 걸어 댈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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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신독재에 항거하던 고은 시인. 출처-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980년 5.18 당시 광주시민들의 절절한 요구는 ‘전두환 신군부 타도’, ‘김대중 석방’, ‘계엄군 철수’ 그리고 ‘민주주의 수호’ 였습니다. 시장 상인도, 구두닦이 총각도, 고등학생도, 대학생도 모두가 한 마음으로 외쳐댔던 그 요구들이 정치적이라고, 반정부적이라고 매도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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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당시 '전두환 물러나라'는 구호가 등장. 출처-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987년 6월, 당시 거리로 몰려나온 수백만의 사람들은 너나없이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습니다. 그 덕에 우리는 조금씩 민주화를 이뤄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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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6월 항쟁 당시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누구나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다. 출처-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난 시기 우리 국민들이, 민중들이 ‘정치적 요구’를 들고 거리에 나섰을 때 마다 권력자들은, 그리고 수구보수언론들은 ‘반정부세력’이니, ‘불온세력이 침투했다’니, ‘북한의 사주를 받았다’는 식으로 헐뜯고 매도하고 탄압해왔습니다.

지금, 2008년 대한민국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광장에 앉아 있다 도로로 한발자국 나가면 ‘비정치적인 구호’가 한 순간에 ‘정치적 구호’로 뒤바뀌고, 대번에 ‘반정부 투쟁’으로 낙인 찍혀 ‘불순분자’로 몰리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60년대, 70년대, 80년대처럼 민주주의가 압살당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저 백골단의 폭력과 지난 주말 동안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이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직후 이어진 검경 대책회의가 80년대 치안대책회의와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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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독재 정권 시절 '백골단'의 모습. 출처-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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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26일 동안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진압. 출처 :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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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장애인들을 폭력적으로 끌고 가는 여성 경찰. 출처 : 민중의소리)

이명박 정부가 계속 국민을 깔보고 정치를 개판으로 만든다면, 국민들은 더욱 정치적으로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적 구호가 만발하고, 반정부 투쟁이 극에 달해야지만 이명박 정부는 과거 권력자들의 말로처럼 국민의 요구에 고개를 숙이겠습니까?

여러분 정치적인 시민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데 낯설어하지 마십시오. 민주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책임입니다. 자신감을 가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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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못살겠다", 가장 정치적인 구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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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라인 촛불 문화제_ 촛불 다는 법 (동영상버젼) _ 하늘다래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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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hagall.tistory.com/180?_top_tistory=new_title 너무나 감사한 일! 하늘 다래님께서, 이렇게 촛불 다는법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주셨답니다. 어찌나 감사한지.. 이 은혜 평생 잊지 못할거에요!! 우리모두 더 보기 쉬운 동영상으로 :) 더 쉽게 촛불 답시다. 마음껏 퍼가세요! 본문;http://flvs.daum.net/flvPlayer.swf?vid=rYL0AIVGKjY$

    2008/05/26 20:32
  2. 온라인 촛불 문화제 촛불 달기 안내 동영상 - 아이초보넷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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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초보넷님께서 정말 감사하게도 동영상을 올려주셨어요 ;ㅁ;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하혜와 같은 은헤 ㅠ! 원문은 http://ichobo.net/228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ㅠㅠㅠ

    2008/05/26 21:28
  3. MB정부는 근친이다.

    Tracked from 막가내  삭제

    옛날 에는 근친이란게 있었다고 한다. 즉, 왕위는 곧 하늘이라서 하늘의 피를 이은 사람들끼리만 씨를 맺게 한 것이다. 물론 아주 옛날 일이다. 아버지가 조카딸과 결혼하는 것이다. 딸이 삼촌이랑 부부가 되는...

    2008/05/26 23:17
  4. 051. 촛불문화제 vs. 거리시위 (08.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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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친의 예언 (0:00) 2. 왜 촛불문화제로는 안되는가? (8:35) 3. 가두시위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17:30) 4. 무엇을 위해서? (22:35) 5.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은? (25:29) 6. 80년 87년 그리고 08년 (34:37) 7. 이명박은 들어라 (40:40) 8. 그러니 어쩌라고 (49:55) 9. 사족 (56:58)

    2008/05/27 03:45
  5. 한나라당, 촛불집회가 변질되었다고?

    Tracked from 희망블로그79호점  삭제

    마틴 루터 킹을 비롯한 대학생과 시민들이 미국의 제국주의 전쟁에 반대하기 위해 비폭력, 평화시위 수단으로 촛불을 밝힌 것이 촛불 집회의 시작이라고 한다. 촛불은 자신의 몸을 불태워 주위를 밝게 비춘다는 점에서 희생을, 약한 바람에 꺼지면서도 여럿이 모이면 온 세상을 채운다는 점에서 결집을,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새벽을 기다리는 불꽃이라는 점에서 꿈과 기원을 의미한다. 불과 몇 년 전에만 해도 경찰에 맞서 거칠게 화염병이나 돌로 유혈시위를 했..

    2008/05/27 08:30
  6. 참담한 한국의 현실

    Tracked from OCEANIRIS  삭제

    다음에서 Serendipity 님이 올리신 그림입니다. 비록 만드신 분은 Serendipity님이시지만 만약 법적인 책임이 있다면 해당 그림을 유포한 저도 같은 책임을 질 것임을 분명히 말해둡니다. 해외땅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황금펜을 악용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죄송합니다. Serendipity님의 말입니다. 지금 언론은 평화집회를 폭력으로 진압하고 있습니다.일몰 후의 모든 집회 시위는 신고를 해야하고 허가도 받아야...

    2008/05/29 11:54

  6월 항쟁이 있은 지 20주년을 맞이한 올해, 방송에서도 6월 항쟁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그 중 6월 9일 방송된 KBS <미디어 포커스> ‘각하, 만수무강하십시오!’ 편은 여러 모로 눈길을 끌었다. 이 방송은 87년 6월 항쟁으로 전두환이 쫓기듯 권좌에서 물러난 뒤 보안사로부터 KBS에 이관된 영상자료를 통해 방송들이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철저하게 군사독재세력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했던 적나라한 실상을 담았다.
  
  


  “나중에 전두환 대통령 기념관 만들 때까지 보관을 해 달라”며 KBS에 맡겨졌다는 이 영상자료에는 12.12 쿠데타가 발생한 지 불과 일주일 후 MBC가 인기 연예인을 동원해 쿠데타 세력 위문공연을 펼쳐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으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모습, 5월 광주를 총칼로 무참하게 짓밟은 뒤 전두환이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가 피냄새가 가시기도 전인 6월 19일 연 파티에 TBC(동양방송) 관현악단이 동원돼 연주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밖에 전두환의 해외순방 생중계 영상과 ‘대통령 찬양 특집 프로그램’을 별도의 테이프로 특별 제작해 ‘MBC 보도국’ 명의로 전두환에게 ‘진상’한 영상자료, ‘땡전뉴스’에만 그치지 않고 이순자의 동정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충실히 전한 뒤 그 뉴스들도 따로 묶어 ‘상납’한 영상자료 등 독재권력에 아부굴종한 방송사들의 수치스러운 과거 모습이 수두룩했다.
  
  자,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이 글이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정치권력과 방송’의 관계를 되짚어 보는 내용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부분은 <미디어 포커스>가 6월 16일 6월 항쟁 특집 2편 ‘하늘이 내리신 대통령’을 방송한 만큼 <미디어 포커스> 제작진들에게 맡기고,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80년대에는 정치권력과 야합해 국민들의 알 권리와 민주화에 대한 소망을 저버리고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었던 ‘참 나쁜 방송’이 지금에 와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쁜 방송’을 거듭하고 있는 지 비교할만한 흥미로운 사례가 80년대 영상자료 중에 있었다.
  
  장면1) 1982년 1월 18일 청와대
  청와대 비서실과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준비한 전두환의 51번째 생일 축하 깜짝 파티가 열렸다. “갑작스럽게 즐거움을 드리려고” 이순자가 전두환을 몰래 기자단이 마련한 자리로 데리고 와 이뤄진 행사였다. 그런데 이날 행사에 MBC 카메라와 제작인력이 동원됐다. MBC는 이날 ‘전두환 깜짝 생일 파티’의 이모저모와 ‘각하’와 ‘영부인’의 말씀을 고스란히 담아 ‘MBC보도국’ 명의로 <萬壽無疆(만수무강) 51회 생신>이란 제목을 달아 전두환에게 바쳤다.
  
△82년 1월 18일 MBC 보도국이 촬영, 제작한 '대통령 각하 51회 생신 비디오'의 한 장면 ⓒ미디어오늘

  이순자가 “그런 것 찍지 말아요”라고 말하자 제작진은 “보도용이 아니라 보관하시도록 비디오에 담는 겁니다”라고 답하고 계속 촬영한다. 영상에는 “생신을 맞이해서 각하 내외분 만수무강과 각하 영도 하에 이룩될 우리 조국의 무궁한 번영을 축원하는 뜻에서 건배 건의 드리겠습니다”라는 ‘전두환 팬 집단’의 낯 뜨거운 찬사도 고스란히 담겼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장면2) 1986년 6월 16일을 전후한 청와대 및 모처
  1986년 6월 16일 전두환 장녀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결혼식에는 KBS 카메라가 적어도 2대 이상 동원돼 결혼식 모습을 입체적으로 촬영했다. 뿐만 아니라 함 들어오는 날, 신랑 친구들이 함을 지고 오는 모습과 이순자가 그들에게 “우리 큰아이한테 칙사대접 하라고 부탁해봤는데 혼내줘야 되겠네”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모습, 그리고 전두환이 술이 거나하게 취해 비틀거리며 좌우의 부축을 받고 “한 잔 더하고 갈까?”라고 말하는 모습 등 전두환 일가의 내밀한 사생활도 담고 있다. 여기에 신랑, 신부의 야외 사진촬영 모습까지 공영방송 KBS는 전두환 일가 대소사의 처음과 끝을 촬영, 편집 및 테이프 제작까지 마무리해 바치는 ‘무보수 비디오 기사’ 노릇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것 역시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전두환 일가 대소사나 연예인 대소사나
  
  <연예가중계>, <생방송 TV연예>, <섹션TV 연예통신> 등 방송3사 연예정보프로그램에 매일같이 등장하는 ‘스타’들의 생일파티, 결혼식 등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는 요즘 방송과 이 영상에 등장하는 장면은 거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5월 한 달과 6월 초에만 윤다훈, 하리수, 심혜진, 김승환, 손미나 등의 결혼식 모습이 이들 프로그램에서 소개됐고, 박경림은 ‘결혼할 예정’이라는 발표만으로 이들 프로그램의 아이템이 됐으며, 축구선수 김남일과 아나운서 김보민의 ‘극비 약혼식’ 소식은 이들로 인해 ‘극비’가 될 수 없었다. 이밖에 ‘누가 누구와 사귀었다더라’ 또는 ‘헤어졌다더라’는 소식과 ‘2세 출산’ 등 연예인들의 대소사는 이들이 경쟁적으로 챙기는 단골 메뉴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방송3사 연예정보 프로그램에는 매일같이 '스타'들의 생일, 결혼식 등 대소사가 등장한다.

  80년대 전두환 일가의 대소사를 챙기는 방송이나 90년대~2000년대 연예인의 대소사를 챙기는 방송이나 모두 자발적이다. 그리고 그 자발성은 시청자들의 요구나 알 권리, 이익과는 무관하게 방송사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데서 비롯된다. 그리고 다른 점은, 80년대에는 군부정권의 폭압정치가 두려워 그 속에서 살아남고 출세하려는 생존본능과 기회주의적 속성으로 절대 권력자의 사생활을 담았다면, 지금은 시청률 경쟁 속에서 광고로 대변되는 자본의 요구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담고 있다. 물론 80년대 영상은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도 다르다. 하지만 ‘땡전뉴스’와 민주화 세력에 대한 온갖 ‘왜곡보도’ 등 권력에 잘 보이려는 방송사의 일관된 태도에서 ‘진상용 테이프’가 나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결정적 차이가 하나 있긴 있다. 80년대 영상은 지금이라도 공개돼 지난 역사를 반추하고 거울로 삼을 수 있는 반성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사료’의 구실이라도 하지만, 연예정보프로그램들이 매일 같이 담아내는 연예인 사생활은 무엇을 위해 다시 쓸 수 있을까? 길이 남을만한 대스타 관련 자료 외에는 죄다 ‘쓰레기’와 뭐가 다를까?
  
  연예인 사생활, 시청자에게 그렇게 중요해?
  
  같은 점 또 하나, 80년대 방송사 카메라에 자신의 대소사를 노출시킨 전두환이나 지금 방송사 연예정보프로그램에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시키는 연예인이나 모두에게 득이 되면 득이 되지 해가 될 건 없다는 점이다. 전두환은 자신의 대소사를 일일이 챙기고 테이프로 특별 제작해 보내오는 방송사를 보며 자신이 가진 권력의 단맛을 즐겼을 것이고, 연예인들은 자신의 결혼 발표에, 연애소식에, 출산 소식에 하이에나처럼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는 방송사를 보며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고, 그로 인해 다시 대중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음에 ‘좋아라’ 할 것이다.
  
  혹자는 ‘대중들이 연예인들 사생활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데 뭣도 모르면 입 닥쳐라’고 말할 수도 있다. 특히 이들 프로그램 제작진이라면 십중팔구는 그럴 것이다. 바로 그 점에서 ‘연예인정보’프로그램은 더욱 질 나쁜 프로그램이 된다. 연예인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은 누가 불러일으킨 것인가. 대중에게 연예인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그들의 삐까뻔쩍한 결혼식에 대중들의 동경을 자아내게 만드는 등 끊임없이 시청자들을 한없이 가벼운 이야기에 목매달게 만든 것은 대중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바로 방송 제작진 자신들의 필요에 따른 요구였을 뿐이다. 이들이 끊임없이 사생활을 들춰낼수록 대중들은 더욱 강도 높은 사생활에 길들여져 갈 수밖에 없다.
  
  지난 2003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여론조사기관 '인사이트리서치'에 의뢰해 연예오락프로그램 제작자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시청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연예오락프로그램 장르’로 제작자들 중 가장 많은 36%가 ‘연예정보프로그램’을 꼽았다. 당시 제작진들은 ‘연예인 신변잡기’를 좋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평가한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2003년과 비교해 연예정보프로그램의 문제가 커졌으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았다.
  방송은 이미 연예인의 있는 그대로의 사생활을 담아내는 것도 부족해 그들의 사생활을 조작해 보여준 지 오래다. 가장 최근의 사례 하나만 살펴보자.
  
  ‘이경규 몰카’는 나쁜방송의 전형
  
  지난 6월 3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는 김제동을 속였다. 설정은 이렇다. 서울 D대학에 겸임교수로 있는 개그맨 이윤석이 친분 있던 김제동을 ‘특강 강사’로 초빙한 것. 입담과 재치가 좋은 김제동은 평소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강사였고, 이날도 ‘대중 앞에 서는 법’을 주제로 2시간짜리 강연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경규와 제작진은 '가짜 D대 학생’들로 청중을 채우고, 강의 도중 ‘가짜 시위학생’들을 동원해 ‘학교 식당 개선과 관련해 발언할 기회를 달라’는 말로 김제동을 당황하게 만들고, 급기야 ‘가짜 시위학생’과 ‘가짜 청중’ 사이에 싸움을 불러 일으켜 강연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이날 ‘몰래카메라’의 초점은 착하기로 소문난 김제동이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여부.
  
  
△몰래카메라는 애초 의도부터 납득하기 힘들뿐더러 설정에서 진행과정까지 '참 나쁜 방송'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날 ‘몰래카메라’는 애초 의도부터 납득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설정에서부터 김제동을 속이는 과정 전반에 이르기까지 한 마디로 ‘참 나쁜 방송’의 전형을 보여줬다. 딱 2가지만 지적해보자.
  
  첫째, ‘몰래카메라’ 제작진과 이경규는 김제동이라는 한 사람을 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오로지 자신들의 프로그램 시청률 높이기의 ‘도구’로 ‘사용’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한 강연을 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던 김제동은 강연이 진행될라치면 강의실로 들이닥치는 ‘가짜시위학생’들로 인해 계속 강연을 끊을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황당함을 겪어야 했다. “강의 전에 말을 했다면 모르지만 강의 중에 시간을 내는 것은 사회자로서의 도리도, 학생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면서도 “저 학생들도 학교에서 학생들의 권익을 위해 애쓰는 학생들이다.
  
  강의가 끝난 뒤, 저 학생들이 다시 들어오면 이야기를 경청해 달라”며 품격 있는 태도를 보인 김제동이지만 ‘기어이 김제동의 화를 북돋우고야 말겠다’는 제작진의 계속된 수준 이하의 방해공작으로 인해 “제가 무릎을 꿇을게요. 나가주세요”라며 ‘가짜 시위학생’들에게 무릎을 꿇을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몰래카메라에 비춰진 김제동의 얼굴에는 방송 내내 진땀이 ‘줄줄’ 흘렀고, 보는 이들 또한 재미와 즐거움은커녕 안쓰러움과 불편함만 느낄 뿐이었지만 숨어서 그 광경을 보는 이경규의 모습은 줄곧 희희낙락이었다. 이날 방송은 육체적 가학 그 이상의 정신적 고통을 김제동에게 안겼고, 바로 그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김제동의 모습을 시청률의 도구로 삼은 것이다. ‘대통령에게도 마이크를 주지 않는다’는 김제동, 그가 강의를 위해 준비했던 시간은 방송을 앞세운 선배 연예인의 ‘폭력’에 무참히 짓밟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둘째, 이경규와 제작진은 방송이라는 거대권력이 ‘재미’삼아 묘사하는 어떤 설정으로 인해 누군가가 입을 피해에 대해 최소한의 ‘기본개념’조차 가지지 못했다. 이날 ‘가짜시위학생’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무개념’의 극치를 보여줬다. 아무리 학생운동이 쇠퇴일로에 접어들었다 하더라도 교수(강사)에게 아무런 사전고지 없이 막무가내로 들어와 ‘발언시간을 달라’며 떼쓰고 이에 항의하는 학생들과 주먹질을 벌이는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이경규와 제작진은 이 방송으로 시청자들이 이른바 ‘운동권 학생’들에 대해 가질 편견과 이로 인한 운동권 학생들의 상처 따위는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이경규는 지난 3월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요즘은 오락에서 자꾸 의미를 찾으려 한다”며 “오락물은 오락다워야 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몰래카메라’가 오락답고 즐거움을 준다고 여전히 생각한다면 당장 시청자 게시판에 들어가 보길 바란다. ‘몰래카메라’와 이경규를 비난하는 수십 건의 시청자 의견을 읽는다면 자신의 말에 책임지고 당장 ‘몰래카메라’의 문을 닫는 것이 마땅하다. 차라리 그 시간에 ‘김제동 특강’을 방송하는 편이 훨씬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여 년 전 독재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만 믿어라’고 했던 방송은, 2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상업주의와 시청률의 굴레에 스스로를 묶고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대로 즐겨라’고 강요하고 있다. 그 같은 ‘나쁜방송’들에게서는 최소한의 인권에 대한 개념도 ‘대중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존재’라는 인식도 찾을 수 없다. 20년 전이나 20년이 지난 지금이나 방송을 보며 똑같이 화가 나는 이유다.


(이 글은 '월간 말' 2007년 7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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